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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헌법재판관과 함께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임기를 마친 뒤 전국을 다니며 헌법 관련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과 30일에는 대구대와 강원대에서 강연했고, 13일에는 전남교육청의 초청으로 순천을 찾았습니다.

오는 25일에는 울산을 찾기로 했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이 초청한 '헌법의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하다'라는 특강입니다. 400여 명의 교직원이 대상으로, 헌법 속 교육 이야기와 교사를 위한 헌법 판례 등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울산시의회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교육위원회 정례회에서 교육청을 향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청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인물을 초청했다"고 강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담당 직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인 헌법재판소 출신의 인물"이라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의 '격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문형배, 극좌입니다"…예산 삭감 시사도


"문형배,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극좌입니다…만약 이재명이 대통령 당선 안 됐으면 (강연 신청 안내) 안 나갔겠죠?"

-문석주/울산시의회 의원

과거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삭발 투쟁'까지 했던 국민의힘 소속 울산시의회 문석주 의원은 "문형배는 극좌"라며, "공수처 설립 당시 합헌을 주장했고, 낙동강 4대강 사업 취소 소송 적법 판결을 낸 데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강연 신청이 지난 4일에 나갔는데, 이는 대통령 당선되고 난 다음 날"이라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강연 신청 안내가) 안 나갔겠죠?"라는 말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교육청의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는 겁니다.

다른 의원들은 교육청 '예산 삭감'도 시사했습니다. 김종섭 의원은 정례회 끝자락에 "예산 결산 기간에 헌법 특강 얘기가 왜 나왔을까 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라며 과거 교육청의 예산 낭비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김 의원은 "교육청에서 이렇게 진행하신다면, 저 역시 제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같은 당 김동칠 의원도 "저희도 저희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교육청을 압박했습니다.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6명으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탄핵 분노, 교육청에 화풀이"…여당·시민단체 반발


여당 시의원과 시민단체, 전교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울산시의회 민주당 손근호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파면은 헌법재판관 전원이 내린 헌법적 판단이었다"며, "탄핵 분노를 교육청에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정치적 논란의 인물로 보는 건 의원 개인의 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며 문 전 재판관의 강연에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로 구성된 내란 청산 사회 대개혁 울산운동본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에서 많은 심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마치 문형배 전 재판관이 내린 것처럼 오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교육청 예산 삭감을 암시하는 행태는 "아이와 학생들의 교육마저 볼모로 잡고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은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문 전 재판관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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