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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갱년기 여성 ‘효모 증후군’
장속 효모균 과대 증식이 원인
대부분 술 취한 듯한 증상 호소
단것·밀가루 음식 즐기면 조심
궂은 날씨나 장마철 특히 심해
위산 분비 억제약도 증식 유발


게티이미지뱅크

20대 여성 A씨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술 마신 것처럼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프고 졸리며 피곤해지는 경험을 자주 했다. 특히 날이 흐리면 증상이 심해져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을 때도 있었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혈액 검사에선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떡볶이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과 간식을 즐겼는데, 이런 식습관이 뱃속에 '효모균'의 과다 증식을 불러 숙취 같은 증상을 일으켰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40대 여성 B씨는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며 배가 아플 때마다 약국에서 식도염 치료제를 사서 복용했다. 이 약은 위산 분비를 억제해 속 쓰림을 줄여주지만 장내 유해균과 효모균을 증식하는 작용을 한다. B씨는 배에 가스가 차고 옆구리 통증을 느낄 때가 많았다.

A와 B씨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효모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증후군은 어떤 원인에 의해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 붙여진다. 가령 월경전 증후군은 생리 전에 소화불량, 유방 통증, 감정 기복, 두통, 복통 등의 증상을 겪는 것이다. 효모 증후군은 장 속에 효모균(혹은 칸디다균)이 과다 증식해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들을 지칭하며 기능 의학이나 영양 치료를 하는 의사들 사이에 통용된다. 효모는 진균(곰팡이)의 일종이다.

폐경 전후 여성 증상 땐 진료


해외에선 드물게 ‘자동 양조 증후군’ 혹은 ‘장내 발효 증후군’이란 명칭으로 환자 사례가 보고된다. 장 내에서 효모균에 의해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이 발효돼 에탄올이 만들어지면서 술 취한 것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효모는 흔히 빵을 부풀게 하거나 포도주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장 속에선 포도당을 분해해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는 체내 가스 증상(복부 팽만감)을 유발하고 에탄올은 음주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가정의학 전문의인 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은 16일 “효모균의 양이 적거나 활동이 많지 않을 땐 문제되지 않지만 양이 많아지고 활동이 활발해지면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과다 증식한 효모균들이 에탄올을 비롯한 독소들을 많이 생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장내 미생물 환경의 불균형이 원인인 셈이다.

김 센터장은 최근 대한갱년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갱년기 여성을 괴롭히는 효모 증후군의 진단과 해결책에 대해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김 센터장은 “특히 폐경 전후 여성들이 이유를 알 수 없거나 설명되지 않는 이상 증상들을 지속해서 겪는다면 효모 증후군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 대상으로 소변(유기산)검사를 하면 10명 중 9명에서 효모 대사 물질이 검출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장 속 효모균의 증식이나 활동을 늘리는 여러 상황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분이 많은 음식 섭취나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식도·위염약, 항생제 등은 효모균을 증식시킨다.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감소시켜 효모균의 증식을 가속화한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세균이 줄지만 항생제에 죽지 않는 효모균은 증식하게 된다. 또 습도가 높거나 기압이 낮은 환경(흐린 날씨나 장마철)에는 효모의 활동성이 증가해 독소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

영양 치료… 식습관 개선 필요

효모 증후군의 국내 유병률 파악이나 추산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진단 기준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아 임상 양상으로만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연령대에 발생하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 특히 갱년기에 취약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당분이 많은 디저트나 과일에 대한 선호가 높고 질 내에 서식하는 칸디다균(진균의 일종)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센터장은 “생리도 연관이 있는데, 질은 약산성이어서 칸디다균들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생리 기간엔 산성이 감소해 칸디다가 더 증식하고 이것이 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갱년기에 흔히 겪는 에스트로겐 감소, 면역력 저하, 혈당 상승, 호르몬대체요법 사용 등도 효모나 칸디다균에 방어 능력을 떨어지게 만든다.

효모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처음엔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다’ ‘누워있는데 머리가 아래로 쭉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진다’ 등의 다소 모호한 증상을 호소한다. 술 마신 다음 날 느끼는 숙취 증상과 비슷하다. 효모균의 독소는 에탄올 외에도 80가지에 이른다. 이 중 몇 가지는 신경을 침범해 눈앞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나 이명(귀울림)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에탄올 대사 과정에 몇몇 비타민이 소모되는데 비타민B1 결핍증이 동반될 경우 손발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은 특정 질병의 범주나 기준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오랜 기간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김 센터장은 “대개는 어지럼증이나 소화불량 증상으로 외래에 오는데, 문진해 보면 날씨나 주변 환경에 의해 악화된다거나 빙글빙글 도는 양상이 아니고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의 어지럼증이라거나 선호하는 음식 종류를 파악하게 돼 더 명확하게 확인하게 된다”고 전했다.

효모에 의해 생성된 에탄올은 소장 점막에 염증을 일으킨다. 소장 점막에는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과 우유 속의 카제인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 따라서 염증으로 소장 점막이 손상되면 글루텐과 카제인이 분해되지 않은 채 몸에 흡수돼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대장으로 넘어가면 세균의 먹이가 돼 유해균을 증가시키고 장염을 초래할 수 있다. 밀가루 음식, 우유를 먹으면 배가 부글거리거나 설사를 하는 것도 효모 증후군이 있는 이들의 특징이다.

효모 증후군에는 일반적으로 영양 치료가 이뤄진다. 인도 매자나무, 골든씰(천연 허브), 황련 등에 들어있는 베르베린 성분이나 코코넛 오일에 함유된 카프릴산이 효모균 치료에 쓰인다. 단 베르베린 성분은 자궁수축 유도 우려가 있어 임신부는 금기다. 장내 효모균 증식을 예방하려면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평소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습한 환경에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다. 장마철에는 실내 습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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