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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16일 이란 수도 테헤란 국영 방송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부터 이란을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전격 공격하고 이란도 보복 반격해, 중동에 다시 전쟁의 불꽃이 커지고 있다. 중동의 강국인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은 중동의 지정학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 등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작과 의미, 그리고 향후 파장을 짚어 본다. 편집자

Q. 이스라엘은 왜 지금 이 공격을 시작한 거야?

A.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공격을 시작한 뒤 밝힌 대로 그들에게 실존적인 위협인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과 미사일 능력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 최대 명분이지. 이스라엘은 20여년 전부터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공습 등 직접 공격을 하겠다고 밝혀왔어. 그런데 이번에 단행한 것은 여러 배경이 있어.

이스라엘은 협상으로는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저지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어.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는 지난 2015년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과 사용을 허가하는 대신에 핵무기 제조는 금지하는 포괄적공동이행계획(JCPOA)에 합의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어. 이스라엘은 이 협정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만을 신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어. 강력한 친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였던 지난 2018년 5월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고는 새로운 핵 협정 체결을 강압했어. 이를 거부한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강화하는 등 핵 개발로 다시 나섰지.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 협정을 부활시키려고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어.

트럼프는 재집권 뒤 지난 4월12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 도중에 전격적으로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를 발표하고, 60일 시한을 설정했어. 협상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를 놓고 교착에 빠졌고, 지난 12일로 60일 시한이 지났어. 협상을 반대한 네타냐후 총리는 그 다음 날인 13일 이란 공격을 시작한 거야.

이스라엘이 20년 동안 벼르던 이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던 배경은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이 가자 전쟁 이후 심각하게 약화됐기 때문이야. 가자 전쟁 와중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고립·약화되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지도부 제거로 무력화되었어.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붕괴했어. 또, 이스라엘은 지난해 두 차례나 이란을 공습해, 이란의 방공망을 상당 부분 파괴해 놓았어. 주변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던 헤즈볼라 등이 무력화되고, 이란의 방공망이 약화하자, 이스라엘은 이란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게 된 거지.

Q. 그럼, 이스라엘의 공격은 성공한 거야?

A. 일단, 단기적, 전술적으로 성공이지. 지난 13일부터 17일 오전까지 닷새 동안 전투기와 미사일, 드론 등을 동원해 이란의 군 지휘부, 핵 시설 등 중요 시설, 미사일 기지 등 군 시설, 정유 등 석유 시설 등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 이란에는 체제 위기 수준이지.

이란군의 모하메드 바게리 총참모장 및 최정예인 혁명수비대의 호세인 살라미 사령관 등 최고위 군 지휘관들이 6∼20명이 사망했어. 특히, 혁명수비대는 총사령관을 시작으로 중부사령관, 방공·미사일·드론 부대장, 정보국장 등 중요 지휘관이 모두 줄줄이 숨졌어. 페레이둔 아바시, 모하마드 메흐디 테란치 등 6~14명의 핵 과학자도 죽었어.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이스파한 우라늄 전환 시설, 포르도 농축 시설 모두가 타격받았어. 나탄즈와 이스파한 시설은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방사성 물질 내부 누출도 확인됐지. 타브리지·케르만샤 미사일 기지를 비롯해 다수의 방공·드론 기지, 테헤란 및 피란샤르 인근의 혁명수비대 군사시설 등이 공격받아, 기능들이 심각하게 상실됐어.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란 상공에서 행동의 자유를 얻었다고 호언장담하지. 이란의 돈 줄인 정유 등 석유 시설도 손상됐어. 최대 규모인 샤흐르 레이 정유소,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등이 공격받아서, 석유 생산이 중단 혹은 차질을 빚고 있지.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의 누구라도 암살할 수 있음을 과시했어.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에서 모사드 요원이 미리 잠입해, 군 지휘관들의 소재를 파악하고는 드론을 이용해 정확히 타격해 암살했어.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도 제거하려 했으나, 미국이 반대했다는 보도도 있어. 다만, 이는 이스라엘의 선전 공작일 수 있어.

Q. 최대 목표이자 명분인 이란 핵 시설의 완전한 파괴나 핵 개발 불능화는 어찌 되는 거야?

A. 이란의 핵심 핵 개발 시설은 산악 지대인 포르도의 지하 800m에 있는 농축 시설이야. 이는 미국이 보유한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만 파괴할 수 있어. 이스라엘은 미국에 포르드 시설 파괴 작전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거부당했지. 설사, 미국의 도움을 받아서 기존 핵시설을 파괴한다고 해도, 이란은 핵을 다시 개발할 인력 등 국력이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 원자로에 컴퓨터 바이러스 주입, 핵 과학자 암살 등 수많은 사보타주 공작을 벌였으나, 일시적으로 이란 핵 개발을 늦췄을 뿐이야. 이란은 더 확대된 핵 개발 프로그램으로 질주했어. 미국이 이란 핵시설 불능화나 최고 지도부 제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부정적 영향만을 부르기 때문이지. 미국이 이에 가담한다면,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군 공격이나 석유 파동을 일으킬 페르시아만 봉쇄 등의 대응도 불사할 거야.

Q.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 개발이나 자신에게 적대적인 이란 체제를 붕괴시킬 수 없는 것이네.

A.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의 정치적 동기도 작용했어. 네타냐후는 가자 전쟁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전쟁이 끝나면 퇴진해야 할 처지야. 게다가 그는 독직·부패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이야. 최근에는 측근이 카타르 왕실의 자금을 받았다는 스캔들까지 더해졌어. 이번 공격 전날인 12일에는 초정통파 신도의 병역면제 종료에 관한 법을 두고 의회 해산 투표가 벌어져, 1표 차로 간신히 연정 붕괴를 막았어. 이란을 공격하자, 그의 퇴진 반대 시위나 국제적인 휴전 압력도 일거에 증발했지. 그는 가자 전쟁 이후 매번 이런 식의 확전으로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 왔어.

하지만, 더 큰 위기와 압력이 네타냐후에게 도돌이표처럼 반복됐어. 네타냐후는 지난 3월 가자 전쟁 휴전을 깨고 가자의 완전 점령과 팔레스타인 주민 축출을 시도해, 극우 세력들의 연정 이탈을 막았어.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가자 지구를 유린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인정에 나섰어.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시작했어. 게다가 트럼프는 지난 4월 중동 순방에서 네타냐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았어. 친이스라엘-반이란 중심의 중동 정책을 수니파 보수 왕정 중심의 거래주의적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었어. 네타냐후는 다시 이란을 공격해, 미-이란 협상을 깨고 트럼프를 다시 이스라엘 쪽으로 끌어당기는 데는 일단 성공했어. 하지만, 장기적, 전략적으로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불투명해.

Q. 그럼, 이번 사태는 어떻게 귀결되는 거야?

A. 이스라엘은 당분간 공격을 이어가겠으나, 이제는 자신들도 커지는 피해를 감수해야겠지. 이란은 2천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드론과 함께 섞어 쏘면서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돌파하며 피해를 키우고 있어. 극초음속 미사일도 16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어. 장기화할수록 국토가 좁은 이스라엘이 입는 심리적, 물리적 피해는 커질 거야. 이스라엘은 공격을 무한정할 지속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보여. 이란도 미국과 협상에 여전히 의지를 보이고 있어.

Q. 공격이 중단되고, 협상이 가능한 거야?

A. 트럼프는 15일 에이비시(ABC) 방송과 회견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우리(미국)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도 “우리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 것을 보장하는 어떠한 협정에도 준비됐다”면서도 “이란에 핵 권리를 뺏는” 어떠한 거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어.

미-이란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고, 그 결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핵협정과 유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미 국무부 대테러국 선임보좌관을 지낸 카린 폰 히첼 영국 왕립연구소 사무총장은 “아마 오바마 때와 매우 유사한 거래가 될 것이나, 트럼프는 자기 방식의 변화를 줄 것”이라며 “공화당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종식하지 못했다고 비판할지라도 트럼프는 어찌 됐든 간에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지적했어.

협상이 안된다면, 공격이 간헐적이 계속되는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확전으로 갈 수밖에 없지. 그 결과는 파국적일 거야. 이란 체제의 붕괴 여부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페르시아만 봉쇄 등 재앙은 미국이나 세계 모두가 감내할 수 없을 거야. 트럼프는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어. 이번 사태를 협상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그의 대외정책과 지도력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거야. 반면, 협상으로 이끌어 타결짓는다면, 그는 위기를 평화로 반전시켰다고 내세울 거야. 물론 이스라엘에 협상의 결과가 원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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