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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생산에 막대한 오염물질 발생
선진국은 환경 문제로 대부분 문 닫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미국이 중국과의 2차 고위급 협상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이 가한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지난 4월 4일, 7종의 희토류와 이들을 함유한 자석 제품에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보복에 나섰다.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정도로 주요 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토류 통제에 미국 자동차·에너지·국방 산업은 타격을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항복하는 모양새가 됐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상의 15개 란타넘족 원소(La~Lu)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하는 17개의 원소를 통칭한다. 희토류에 포함되는 원소는 란탄넘(La), 세륨(Ce), 프라세오디뮴(Pr), 네오디뮴(Nd), 프로메튬(Pm), 사마륨(Sm), 유로퓸(Eu),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홀뮴(Ho), 어븀(Er), 툴륨(Tm), 이터븀(Yb), 루테튬(Lu), 스칸듐(Sc), 이트륨(Y) 등 총 17종이다.

희토류 샘플. / 로이터 연합뉴스

희토류는 영문명(Rare Earth Elements)이 뜻하는 바와 달리 지구에 비교적 풍부하게 존재한다. 한국에도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다만 금, 은, 철 등 다른 금속과 달리 특정한 형태로 농축돼 있지 않아 경제적으로 채굴하고 정제하기가 어렵다. 자연에서 희토류를 묶고 있는 화학 결합을 끊으려면 100단계가 넘는 가공 과정과 다량의 강한 산이 필요하다. 때문에 ‘희귀하다’라는 뜻이 붙었다.

희토류는 란탄, 세륨과 같은 경희토류(輕稀土類, Light Rare Earth Elements)와 디스프로슘, 테르븀 같은 중희토류(重稀土類, Heavy Rare Earth Elements)로 나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경희토류 비율은 90.9%에 달하는 반면, 중희토류는 9.1%에 불과하고 거의 대부분 중국 남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전기차 모터·반도체 웨이퍼·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 사용
중국이 4월에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은 희토류는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7종의 중희토류다. 대부분 중국과 미얀마에서만 채굴되며 희토류 중에서도 화학적 분리가 가장 어려운 물질이다. 이 때문에 희토류가 중국의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만, 공급망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사마륨은 코발트 자석에, 가돌리늄은 조영제로, 테르븀은 형광제 원료로 쓰인다. 디스프로슘은 모터나 전기차용 네오디뮴 영구 자석에 첨가해 보자력(保磁力·자성이 유지되는 정도)을 증가시키는 데 쓰이고, 루테튬은 방사선 치료에 사용된다. 스칸듐은 알루미늄 합금용으로 항공기 부품에, 트륨은 고체 레이저 제조에 활용된다.

중국이 수출 통제 희토류에 포함하지는 않았으나,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현재까지 개발된 자석 중 가장 강한 자력을 가진 영구 자석 제조에 필수적이다. 영구 자석은 같은 무게의 철 자석보다 최대 15배 자력이 세다. 영구 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터빈, 로봇, 드론 등에 이용된다. 희토류가 사용된 영구 자석 모터는 희토류를 쓰지 않는 모터에 비해 크기는 작고 성능은 약 15% 뛰어나다.

중국 중부 장시성 간현현 희토류 광산에서 작업자들이 기계를 사용해 굴착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세륨 산화물은 반도체 웨이퍼, 디스플레이 패널, 광학 및 전자제품용 유리의 연마제로 사용된다. 세륨으로 만든 연마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가장 많이 이용되는 연마제 중 하나다. 세륨, 란타넘, 어븀 등은 디스플레이 패널, 유리 등의 착색제, 탈색제 및 방사선 보호제로 사용된다. 란타넘은 유리의 굴절률을 높여 현미경·망원경·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도 쓰인다.

이외에도 희토류는 정밀 유도 무기, 고성능 레이저 시스템, 전투기 엔진 및 전투용 차량의 모터 제조에 필요하다. 미국 의회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F-35 스텔스 전투기에는 약 417㎏, 이지스함에는 2358㎏,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4172㎏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中 정부 정책·낮은 환경 의식… 희토류 공급 장악의 배경
중국은 풍부한 매장량, 정부의 자원 정책, 낮은 환경 의식이 결합해 희토류 생산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얻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희토류 자원 개발과 관련된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덩샤오핑은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며 희토류가 중국의 전략적 자원임을 공식화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는 환경을 이유로 희토류 생산 시설을 폐쇄했다. 희토류 채굴 후 추출, 분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 등 부산물로 희토류 1톤(t) 추출 시 황산이 포함된 독성 가스 6300만 리터, 산성 폐수 20만 리터,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폐수 1t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은 지난 2002년 세계 2위의 희토류 광산이었던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을 폐쇄했다.

말레이시아에 있던 일본 기업 소유의 희토류 정제소는 1992년에 문을 닫았다. 프랑스에 있던 희토류 정제소도 1994년 폐쇄됐다. 애초 이 정제소들은 환경 운동가들이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자 장비 개선을 위해 임시 폐쇄에 들어갔으나, 중국의 저가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다.

중국 장시성 난청현의 희토류 금속 광산 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70%를 채굴한다. 나머지는 미얀마, 호주, 미국에서 이뤄진다. 또 중국은 희토류 정제·가공의 90%를 담당한다. 중국은 자국에서 채굴한 희토류 전량은 물론 미얀마와 미국에서 채굴한 희토류의 거의 절반을 정제·가공한다.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 산업에 즉각 타격을 줬다. 포드는 지난 5월 말, 영구 자석 부족을 이유로 시카고에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 공장을 일주일 동안 폐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완성차 업체가 희토류가 들어가는 부품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 전투기 등 방산 산업도 희토류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 ”中 희토류 독점 뒤집기 어려워”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화합물과 희토류는 70%가 중국산이었다. 전 세계에서 연간 20만t 규모로 유통되는 영구자석 중 90%가량을 중국이 생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확보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 의회의 승인을 건너뛰는 비상 권한을 발동할 계획도 세우는 등 ‘희토류 자립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2024 국가 방위 산업 전략’에서 2027년까지 미국 방위 산업에서 필요한 희토류를 공급할 수 있는 광산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방부는 2020년 이후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 4억39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독점을 단기간에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에 자동차 생산에 타격을 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생산에서 미국의 비율은 1.7%(2024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에서 희토류를 생산 중인 MP 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네오디뮴 산화물 1300t을 생산했지만, 같은 해 중국은 약 30만톤을 생산했다”며 “최근의 투자에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희토류 공급망을 갖추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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