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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문사철 탈피·이공계 중심 변화…컴퓨터 전공만 10%
아이비리그는 출셋길 옛말, 수학 못하면 대기업 취업 어려워
韓 서열문화·지방기피로 문과침공 확산, AI 인재 육성 저해
공대 키우려면 대학·지역 이기주의 악순환부터 끊어내야


대학 배치표 보는 학부모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0일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대입 수능 가채점 및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2022.11.20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흔히 문사철(文史哲)로 불리는 인문학 전공의 몰락 현상은 제아무리 하버드대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도 하버드 학부 졸업생(1731명) 통계를 보면 졸업생 중 순수 문사철 전공 비율이 역사 9%, 심리 5%, 어문 2%로 20%를 밑돌았다. 금융권과 로스쿨로 가는 상경 등 사회과학 계열이 29%로 1위이지만, 생물(12%), 수학(11%), 컴퓨터(10%) 등 이공계 졸업생 수가 갈수록 느는 추세를 보인다.

상경계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골드만삭스 등 거대 금융사와 빅테크에 지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문과생의 인턴사원 합격률이 3% 미만일 정도로 입학 성적과 학교 서열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해서다.

이들 회사는 2, 3학년을 대상으로 인턴을 선발한 뒤 내부 평가를 거쳐 졸업 후 채용 여부를 정하는데, 문과생의 경우 지원자 대부분이 서류전형에서 빛의 속도로 탈락하는 '광탈'을 체험하고 있다. 동문 파워를 이용해 서류에 붙었다고 해도 기초 면접의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문과생에게 약점인 수학 실력을 보는 회사가 많아져서다. 문과 중심이었던 미국 명문대들이 이공계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취업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학교가 살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올해 하버드대 졸업식 풍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 국내 수도권 유명 사립대학 17곳의 인문계 340개 학과 정시모집에서 이과생이 50% 이상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인문계 학과도 21곳이나 됐는데, 영문학과 태국학, 아동학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과생이 문과에 지원하는 '문과침공'에 속도가 붙는 것은 폐과 공포에 떠는 문사철 교수들로선 내심 반길 현상이겠지만, 수학·물리에 재능 있는 이과생이 대학 서열을 좇아 어학을 전공하겠다는 건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의 전공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재수생과 중퇴자 양산 등 대학 교육 현장의 황폐화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 대학도 교수를 위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바꿔 미국처럼 학교를 몇 년 다녀보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정하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입으로는 이공계 육성을 말하면서 수도권 정원 규제법의 일획일점도 건드리지 않는 정치권의 용기가 필요하다.

태국학과 합격생 모두 이과생이라니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4일 서울 한국외국어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학교 태국학과의 정시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으로 드러나는 등 문과침공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25.2.14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수도권 인구 규제와 지역 균형 정책으로 80명에 묶여 있다. 이것도 재작년에 비수도권의 반발을 겨우 잠재우고 20년 만에 25명을 늘린 숫자다. 이런 판에 정치권은 AI 육성에 예산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이공계 진학 통로를 막아놓고 무슨 수로 공학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과생이 울며겨자먹기로 일단 문사철로 진학한 뒤 재수에 나서는 현실을 못 바꾼다면 중국을 따라잡긴커녕 혈세 낭비로만 이어질 게 뻔하다. 그런데 대학은 내부 구성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정치권은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영화 '오징어게임'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의 말대로 이렇게 싸움박질만하다 다 죽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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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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