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70% 이상 중동에 의존
이스라엘의 공습이 있었던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인근에서 섬광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7% 넘게 급등했다.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엔 공급 차질 여파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각)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 외신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로까지 공습 범위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해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 남부 걸프해역에 있는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에서 큰불이 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충돌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한국도 직접적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호르무즈해협은 글로벌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하루 2090만배럴)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현재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해협이 봉쇄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 등 심각한 충격이 우려되는 이유다. 다만 지난해 4월 이스라엘-이란 충돌 때는 물론 걸프전 당시에도 이 해협이 봉쇄된 적은 없었다.
시장에서도 당분간 유가의 상방 압력을 기정사실화하며 호르무즈해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갈등이 단기간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유가 상방 압력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엔 심각한 공급 차질이 야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 선물(7월물) 가격은 종가 기준 전날보다 4.94달러(7.26%) 오른 72.98달러에, 싱가포르 시장에서 두바이유 현물은 3.92달러(5.71%) 오른 72.49달러(한국석유공사 추정)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4월과 10월 당시에도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유가가 급등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이란의 제한적 대응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2~3주에 그쳤다. 홍성기 엘에스(LS)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확대해 준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이란산 원유의 하루 100만~150만배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갈등 전 유가보다 15~20% 상승할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전황을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우리는 군사적인 대결이나 긴장 격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고,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6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우리는 이런 입장에 따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