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보좌관이 16일 최종현학술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주한일본대사관은 16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는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보좌관이 참석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캐나다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대일외교가 닻을 올리면서 한일 역사 갈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 "한일, 국제정세 속 함께할 중요 파트너"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 60년간 한일 양국이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발전을 함께 이루었다면서, 양국은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다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도 인사말에서 "한일 관계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나가시마 보좌관도 "오늘날 엄중한 국제정세에 비춰 양국이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협력의 폭을 넓혀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날 행사 전 가진 특별강연에서 양국의 역사 문제와 관련해 "단기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문제는 여전히 뇌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도쿄=AP 뉴시스.

양국이 수교 60주년 행사에서 화합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역사 문제는 갈등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한국외교협회와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강에서 '역사 문제를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단기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 것 △정부의 담화를 비롯한 과거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말 것 △양국 국민들을 용기를 가지고 설득해 나갈 것 등이 골자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 같은 내용을 위성락 안보실장과의 조찬 회동에서도 제안했는데, 위 실장은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명확한 입장 제시'를 요청했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 정신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강제동원 해법을 일단 유지하기로 한' 이재명 정부의 입장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는 전후 80주년을 맞아 발표할 '개인적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문구를 넣을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은 최근 이시바 총리가 역사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 실장의 우려는 이런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시바 총리도 '반성과 사과'라는 표현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자민당 내 아베파의 반발 등이 있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일관계를 다뤄온 전직 고위 외교관은 "공식 담화도 아닌 '개인 담화' 차원에서도 반성과 사과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결국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강제동원 해법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진 상황에서 일본이 그에 호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한일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