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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폭염 휴식권’ 막아선 규개위
회의록 보니 기업 입장 ‘복붙’
노동자들 “주기적 휴식보장은 기본”
지난해 6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건설노동자를 온열질환으로 부터 살려내라고 요구하며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책상에 앉아서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얼마나 더운지 직접 봤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3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개정안에서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때 2시간 이내 20분씩 휴식 보장 의무화 조항을 철회시킨 데 대해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규개위 위원들은 “‘현장 사정과 괴리된 규제’라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을 철회시켰지만,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현장 사정을 모르는 것은 규개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규개위 행정사회분과위원회가 ‘주기적 휴식 의무화’ 조항을 철회시킨 두차례(5월23일·4월25일) 회의의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해당 조항에 대해 “영세 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이 우려되고, 폭염 작업 때 적절한 휴식 부과 의무와 별개로 추가 규정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폭염 관련 사업주의 온열질환 예방 조처 의무를 구체화한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체감온도 31도 이상 때는 ‘작업 시간대 조정, 적절한 휴식 보장’을, 33도 이상일 때는 ‘주기적 휴식’ 보장을 의무화했다. 이런 내용은 2018년부터 노동부 가이드라인 형태로 존재했지만 ‘권고’만으로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규개위는 31도 이상일 때 ‘적절한 휴식’ 보장 의무가 있으니, 33도 이상 주기적 휴식 보장은 과도한 규제라는 논리로 이 조항을 철회시켰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주기적 휴식 보장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지하주차장에서 쇼핑카트 정리업무를 하는 이해석씨는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33도가 넘어도 잘 쉬지 못한다”며 “휴식 보장 의무화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종현씨도 “지난해 33도를 넘었을 때 회사가 휴식을 보장하지 않아 항의를 하니 노동부에서조차 권고 사항이라 강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회사는 법령에 정해져 있는 것만 지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규개위 위원들의 의견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개위 위원들은 “대형 사업장은 이미 단협(단체협약)을 통해 (폭염 대책에) 대응하고 있다”거나 “동네 소형 음식점 같은 곳이 규제의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해당 조항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단체협약’을 통해 폭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은 극히 드물다. 예컨대 ‘대형 사업장’인 코스트코에서는 2023년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졌지만, 이듬해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회사의 반대로 폭염 관련 조처가 포함되지 못했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건설업의 노조 조직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원지역 건설노동자 윤주삼씨는 “휴식 보장 기준을 정해놓고 중소 사업장을 지원할 생각을 해야지, 사업주 부담을 이유로 의무화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규개위의 논리는 안전보건규칙 개정 논의 과정에서 사용자단체들이 했던 주장과 똑같고, 이는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생명·안전을 지키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규개위 권고 역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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