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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놓고 북한이 한국을 향해 준비하는 ‘섞어쏘기’ 위력을 미리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을 노린 북한의 미사일 다종화와 ‘물량 공세’ 능력 확보 노력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 중동에서 실증된 셈이다.

이란의 보복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EPA=연합뉴스


민간인 지역 피해…흠집 난 이스라엘 방공망 신화

이스라엘 현지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부터 사흘간 이어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380여 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공세는 군사시설과 민간인 지역을 가리지 않았는데, 이스라엘 본토의 민간인 거주 지역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좁은 국토에서 세계 제일의 촘촘한 방어체계를 구축했다는 이스라엘의 방공망 신화에 흠집이 난 셈이다. 주로 로켓포를 막는 아이언돔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대응에 한 발 물러서 있다고 해도 최상층 및 상층, 그리고 중층을 각각 담당하는 '애로우-3·2', '다비즈 슬링'(David's Sling·다윗의 돌팔매) 등 3~4중 다층 방공망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이란 신형 미사일 ‘하즈 카셈’…실전에 드러난 섞어쏘기 위력
13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 안팎에선 이란의 섞어쏘기 전술이 주효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란의 신형 고속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하즈 카셈’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기습 발사가 용이한 고체연료를 주입해 사거리 1000㎞ 이상을 날아가는 해당 미사일은 최고속도 마하 10 이상, 종말단계 속도 마하 5 이상을 기록할 뿐 아니라 종말단계에선 회피 기동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즈 카셈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와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이란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미사일을 기존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함께 쏠 경우 다차원적 공격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비행 특성이 각기 다른 미사일을 섞어서 쏠 경우 수직과 수평 요소가 혼합돼 요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란은 재고로 남은 200여기의 재래식 미사일과 하즈 카셈을 동시다발로 발사했다.

이에 더해 드론을 보낸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정 지역에 다른 종류의 부대로 연속 공격을 펼쳐 돌파구를 만드는 이른바 '제파(諸波·waves) 식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빈틈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드론이 일종의 미끼 역할을 맡는 사이 요격 난이도가 높은 하즈 카셈을 속도가 빠른 탄도미사일과 대량으로 쏟아붓자 방공망에 부하가 걸렸을 수 있다.

이란의 공습에 파괴된 이스라엘 텔라이브의 건물. AFP=연합뉴스



北·이란의 ‘어둠의 공조망’…물량공세·다종화 꿈꾸는 북한에 교범

이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양과 질에서 모두 빠른 속도의 진전을 보이는 북한의 ‘미사일 포트폴리오’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과 ‘어둠의 공조망’을 갖추면서 이들보다 우수한 미사일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은 위기감을 더욱 높인다.

북한이 지난 2017년 동해상에서 시험발사한 대함탄도미사일(ASBM)이 대표적이다. 탄착점 오차는 7m 정도였다. 북한이 ASBM을 보유한 이란과의 긴밀한 미사일 기술 커넥션을 통해 이를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같은 해 8월 종말단계 기동이 가능한 스커드 개량형도 시험발사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KN-23·24·25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집중적으로 쏘면서 이 같은 기술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동시에 물량공세와 다종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SRBM 3종 세트에 이어 개발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의 경우 이동식발사차량(TEL) 수백대가 전방에 실전배치 중이라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해당 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에서 4개 발사관이 탑재된 TEL 250대가 식별된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는 최대 1000발의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간당 최대 1만 발 이상 발사가 가능하다는 전방 지역의 북한 장사정포 또한 가볍게 보기 어렵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8월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군 당국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등 기존 방공망과 2027~2028년 실전배치가 예정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효율적인 다층 방어체계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정확도가 높다고 하지만 요격탄의 물량 부족으로 허점이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일부가 중동 지역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빠져나간 상황을 북한이 예의주시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KN-23의 실전 능력을 축적한 것처럼 이란의 공격 사례를 교범으로 삼을 수도 있다. 권용수 교수는 “드론과 미사일을 포함한 표적 숫자에 따라 방공망의 역량이 어느 정도 발휘되는지 북한은 이란을 통해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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