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미술관에서 수백개의 크리스털로 장식된 의자 작품이 ‘인증샷’을 찍던 관람객에 의해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팔라초 마페이 박물관은 “방금 본 장면은 장난이 아니라 박물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며 전시실 내부의 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팔라초 마페이 박물관이 전시실 내부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파손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팔라초 마페이 박물관 SNS 갈무리
지난 4월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 이 영상에는 관람객 두 명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담겼다. 크리스털로 장식된 의자 주변으로 한 여성이 다가가 앉는 시늉을 하자 남성이 그 모습을 촬영했다. 이어 남성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찍다가 실제로 의자에 몸을 기댔고, 순식간에 의자의 두 다리가 부러졌다. 놀란 남녀는 의자를 그대로 둔 채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작품에는 ‘앉지 마십시오’ ‘부서지기 쉬운 작품입니다’라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고, 작품은 별도의 받침대 위에 설치돼 있었다. 박물관의 한 미술사학자는 BBC에 “의자가 겉으로 보기에는 견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프레임 내부가 비어있고 포일로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파손된 작품은 이탈리아 현대미술가 니콜라 볼라의 수공예품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빈센트 의자’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았다. 작품은 복원 작업 끝에 전시장으로 되돌아갔다.
박물관 측은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이 예술 작품과 문화유산 전체를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들은 경비원이 나가길 기다렸다가 예술과 문화유산에 대한 모든 존중의 원칙을 무시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은 감상하고 경험해야 하지만 그 전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바네사 칼론 박물관장은 “때때로 우리는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그 결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박물관에든 악몽과 같은 일”이라고 BBC에 전했다.
박물관 측은 해당 관람객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경향신문
최경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