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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20대 직장인 A씨는 9박 10일 프랑스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지난해 10월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with 하나투어’에 가입했다. 여기에 저금하면 입금 횟수에 따라 투어·입장권 5%, 7%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어서다. A씨는 “이 쿠폰으로 인당 10만원이 넘는 뮤지엄패스 2일권을 9만원대에 예약할 수 있었다”며 “여행에 필요한 돈도 모으고 티켓도 합리적인 가격에 사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5월부터 세븐일레븐·메가박스 등 기업과 협력해 ‘브랜드 저금통’을 선보였다. 입출금통장에 있는 1000원 미만 잔돈을 최대 10만원까지 따로 떼어 자동저축하는 상품으로, 금리는 연 6%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00만좌를 돌파하는 등 MZ세대를 중심으로 반응이 가장 좋았던 제휴 적금”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저축과 합리적인 소비에 도움을 주는 ‘파트너 적금’ 상품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취업난·집값 상승에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똑똑한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들을 겨냥한 SNPL(선저축 후지출, Save Now Pay Later) 서비스가 확산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SNPL은 소비자가 더 쉽게 돈을 모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판매자와 제휴를 맺어 목표액을 달성할 때마다 현금이나 포인트를 지급해 저축 활동을 독려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식이다.

16일 KB금융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핀테크 기업 ‘어크루’는 2021년 SNPL을 적용한 ‘어크루세이빙스’ 서비스를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플랫폼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본인의 은행 계좌와 연결한 다음 특정 상품·서비스 구매를 위한 저축 계획을 세우면 자동이체가 이뤄지는 식이다. 저축 기간 특정 목표액을 달성하면 현금·포인트 등 보상을 주고, 잔돈은 반올림(Round-Up)을 해 얹어주기도 한다. 대신 어크루세이빙스는 고객이 실제 구매를 할 경우 제휴 업체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독일 핀테크 업체인 '사브르'는 아예 SNPL 분야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2023년 설립됐다. SNPL과 정반대 개념인 BNPL(선구매 후결제, Buy Now Pay Later)로 인한 사회적 부채 증가를 해결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기존의 BNPL 서비스는 할부와 비슷한 개념으로 우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후 나중에 갚는 구조다 보니, 무절제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브르는 같은 해 7월부터 유럽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자란도’와 협업해 목표액을 저축하면 자란도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를 주고 있다.

2021년 설립된 인도의 ‘허블’은 고객이 월 최소 500루피(약 7900원) 이상 저축 계획에 가입하면 제휴 업체를 통해 최대 5배 이상의 리워드를 제공한다. 인도 내 25개 이상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고, MZ세대를 중심으로 20만 명의 사용자 확보했다. 말레이시아의 ‘슈거’는 연 소득 5000링깃(약 160만3000원) 이상의 MZ세대가 주요 서비스 대상이다. 구매를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 후 저축해서 구매에 성공하면 제휴 업체에서 캐시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SNPL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교순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도 개인 부채 문제 해결, 젊은 세대와 같은 잠재 고객 확보 등의 관점에서 SNPL 서비스 도입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며 “SNPL은 자동차·귀금속·전자제품·여행 등 고가여서 계획 구매가 필요하거나, 식료품과 같이 반복적인 구매가 필요한 소비 활동에 효과적이므로 관련 기업과 제휴해 서비스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앞서 포브스 등은 올해 글로벌 은행권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 12가지 중 하나로 SNPL을 꼽기도 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글로벌은행부장은 “SNPL 방식은 새로 떠오르는 예금 혁신·결제 수단 중 하나로, 앞으로 수년 내 인기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권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SNPL 등 신규 솔루션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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