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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군 지휘관 옆집일 수도"…공습 격화에 테헤란 탈출하는 시민들

랭크뉴스 | 2025.06.16 13:08:07 |
중상류층 주거지 노린 공습에 공포…방공호 없어 지하실·전철역 대피
북부 카스피해 등 시골로 피란 행렬…수도 테헤란 짓누른 전운


테헤란 시내 벗어나기 위한 차량 행렬들
(테헤란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서부의 한 도로에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행렬이 꽉 차 있다. 2025.06.16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의 공습이 사흘째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 전쟁 공포가 커지면서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대피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군사·핵 시설 뿐 아니라 수도 테헤란 시내의 민간인 거주 지역도 이번 이스라엘 공격의 타깃이 되면서 이란의 일반 시민들도 전쟁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1980년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로는 이 같은 대대적인 전쟁 위협에 노출된 적이 없는 테헤란은 이라크 전쟁 당시 만들어진 오래된 몇몇 방공호 외에는 제대로 된 대피 시설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테헤란 시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자택 지하실이나 터널, 지하철역 등에 급하게 몸을 숨기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메흐미 차므란 테헤란 시의회 의장은 사람들이 방공호가 없어 지하실로 대피하고 있다면서 지하철역을 대피 장소로 쓸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지하철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밤부터 테헤란 시내의 지하철역을 대피 시민들을 위해 24시간 개방한다고 발표했으며, 학교와 모스크 등도 대피 장소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테헤란 시내의 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
(테헤란 WANA통신·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한 가게에서 장 보는 시민들. 2025.06.16


이스라엘의 공격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날 테헤란 시내에 전쟁의 공포가 커지는 와중에도 남은 시민들은 일단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식료품 가게에는 아직 물건들이 동나지 않은 채 남아있었으며, 현금인출기 등도 대부분 작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주유소 앞에는 미리 연료를 사놓으려는 차량이 긴 줄을 이뤘으며, 한 사람당 최대 25리터까지만 구매할 수 있게 제한이 걸렸다고 한 시민은 CNN에 전했다.

일부 현금인출기에서도 한 번에 인출할 수 있는 액수가 제한됐다고 CNN은 덧붙였다.

평소 늦은 밤까지 활기가 넘치던 테헤란 시내의 밤은 조용해졌으며, 많은 가게가 문을 닫고 사람들이 두려워 집 밖에 나오지 않거나 아예 도시를 떠나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시민들은 전했다.

불 꺼진 테헤란 시내
(테헤란 WANA통신·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밤 문 닫은 테헤란 시내 상점들. 2025.06.16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아예 테헤란 시내를 탈출해 한적한 북부 카스피해 연안의 시골 마을 등으로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녀와 노부모를 데리고 테헤란 시내를 떠날 것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란 정부가 주요 군 지휘관들을 인구가 밀집된 테헤란 내 중상류층 주거 지역에 거주하게 해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남성은 "나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내 어린 아이들을 그런 상황에 두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개입해 두 국가 사이의 공격을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CNN에 테헤란에서 북부 교외로 향하는 도로에 정체가 심각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란 중남부의 다른 주요 도시인 시라즈에서도 식료품과 물, 기저귀 등을 사재기하려는 긴 행렬이 이어졌으며, 짐 트렁크와 물 등을 차에 가득 실은 채 가족이 다 함께 시골로 떠나는 차량도 도시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CNN은 전했다.

연기 피어오르는 테헤란 시내
(테헤란 WANA 통신·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테헤란 시내. 2025.06.16


일부 시민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공격하면서 이란 국민들을 향해 "억압적인 정권에 맞서 들고 일어나라"고 촉구한 것에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시민들은 CNN에 자신들도 이란 정권의 폭압에 반대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집과 거리를 폭격하면서 이러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이란인들의 애국심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세 이란 여성 네다는 CNN에 "내게 지금의 (이란) 정권이 집권하지 않기를 바라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다. 그러나 나의 도시가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폭격당하길 원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중년 남성은 "우리는 이란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이 거주 지역과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면서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 역량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그 지역들을 공격해야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또 다시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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