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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에 있는 소노타워 전경. 대명소노 제공


돈 많이 벌면 흔히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사업이 호텔이라고 하죠. 부자들은 좋은 호텔을 많이 다니는데 호텔을 다니다 보면 직접 사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도 같아요. 실제로도 그렇죠. 한국의 간판 대기업들이 호텔 사업을 많이 합니다. 삼성은 신라호텔을, SK는 워커힐을 소유하고 있고요. GS 파르나스호텔, 신세계 조선호텔도 있어요. 골프장도 호텔과 비슷한데요. 전국의 수백 개 골프장 가운데 대부분은 레저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요.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항공업입니다. 비행기 탈 때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자본의 힘’이 있잖아요. 돈 많이 벌면 비즈니스, 1등석 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기서 더 나가면 부자들은 아예 항공사를 소유하는 꿈을 꿉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사업은 부자들의 로망, 허영심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려요. 그만큼 사업적으론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도 있어요. 보긴 좋아도 실속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란 겁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런 사업을 해서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회사가 있어요.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어서 호텔, 골프장을 산 게 아니라 반대로 호텔, 골프장 같은 사업으로 부자가 된 것이죠. 바로 대명소노그룹입니다. 건설로 시작해 리조트, 호텔, 스키장, 골프장으로 사업을 확장했고요. 여기에 더해 항공업도 하겠다고 합니다.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확보했거든요. 어떻게 대명소노는 회장님들의 로망을 사업화해서 성공했을까요.

◆국내 콘도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

대명소노그룹은 국내 최대 리조트 기업입니다. 국내에서만 운영하는 리조트와 호텔이 20곳에 달해요. 지금은 ‘소노’란 브랜드를 쓰는데 과거엔 대명콘도, 대명리조트로 더 알려졌어요. 리조트의 이름이 다양해서 좀 헷갈리는데 소노팰리체가 가장 높은 등급이고요. 소노캄, 소노벨, 소노문, 소노휴 같은 브랜드가 있는데 이 순서로 인기가 있고 시설도 더 좋다고 평가되고 있어요. 여기에 해안가에 있는 쏠비치가 있죠. 소노팰리체보다는 낮지만 다른 소노들보다는 높은 등급으로 평가돼요.

대명소노의 ‘원조’는 홍천의 비발디파크예요. 창업주는 서홍송이란 분인데 이분이 1979년에 대명주택이란 건설사로 시작해서 1990년 강원도 설악산 인근에 처음 콘도를 지었고, 1994년에 비발디파크를 세우면서 리조트 사업이 본격화됐거든요. 지금도 현존하는 국내 최대 리조트, 휴양 단지죠. 리조트뿐 아니라 골프장, 스키장, 워터파크 같은 레저 시설이 다 있어요.

이분이 대단한 것은 단순히 리조트 사업을 크게 해서가 아니라 한국식 콘도 사업 모델을 본격화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리조트란 말을 더 많이 쓰지만 법적 용어론 콘도라고 써요. 콘도 사업은 호텔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완전히 달라요. 우선 호텔을 볼게요. 호텔은 크게 두 가지 사업 모델이 있는데요. 누구나 다 아는 땅 사서 건물 짓고 운영하는 게 있고요. 두 번째는 돈 많은 누군가가 호텔을 하고 싶다고 하면 건물은 그 누군가가 짓고 운영은 전문으로 호텔 사업을 하는 곳이 맡아서 하는 것이에요.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같은 글로벌 호텔 체인이 대부분 이 모델이죠. 자기가 짓는 게 아니라 남이 지어놓은 호텔을 운영해주고,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따박따박 받아요. 국내 호텔도 요즘 이렇게 하는 게 추세인데요. 신라호텔의 모노그램, 롯데호텔의 L7 같은 브랜가 위탁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죠. 돈 많이 번 분들이 호텔 하겠다고 하면 이분들을 대상으로 모노그램이나 L7 브랜드를 달아주고 운영도 대신 해줘요.

콘도는 호텔과 다르게 분양을 해요. 객실을 잘게 쪼개서 파는 걸 분양이라고 하죠. 분양도 두 종류가 있어요. 우선 진짜 소유권을 파는 등기 분양이 있어요. 또 이름만 소유권이지 실제론 멤버십 형태인 회원제 분양도 있고요. 회원제 분양은 10년, 20년 뒤에는 분양받은 대금을 회사가 다시 되갚아줘야 해요. 회사가 착해서가 아니라 법이 그래요. 예를 들어 대명소노 멤버십을 5000만원에 분양받았다고 가정하면 이걸 20년 뒤 회사에 5000만원에 되팔 수 있는 것이죠. 아파트로 치면 전세 같은 겁니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떼일 염려가 없어요.

사실 등기제든 회원제든 구매자 입장에선 그동안 큰 차이는 없었어요. 회원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대체로 계속 올라서 굳이 회사에 되사달라고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5000만원에 산 게 10년 뒤에 1억원이 되어 있는 식이죠. 회원권이 재테크 수단도 됐어요.

대명소노는 등기제와 회원제 분양을 모두 했는데요. 특징은 타깃을 중산층으로 잡은 것이었요. 과거엔 부자들만 주로 썼던 콘도를 일반인들이 쓸 수 있게 다소 낮은 가격에 멤버십으로 팔았어요. 그래서 대명콘도의 가장 흔한 멤버십은 ‘12분의 1 계좌’, 즉 12명이 공동으로 한 집을 이용하는 형태였어요. 이 멤버십을 갖게 되면 1년의 12분의 1, 즉 30일가량을 쓸 수 있어요.

이런 식의 콘도 회원권은 해외에는 잘 없는 모델인데요. 이걸 대명소노가 대중화에 성공해서 ‘대박’을 낸 것이었어요. 이런 콘도 분양은 장점이 명확해요. 무엇보다 큰돈 없이도 많이 지을 수 있어요. 왜냐면 콘도를 짓기로 한 뒤 회원권을 분양해서 공사대금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거든요. 한국의 아파트 분양과 닮았죠. 아파트도 짓기 전에 선분양하잖요. 공사대금은 PF 대출로 충당하고요. 다 짓고 나선 분양대금 받아서 PF 대출을 상환하죠.

사진설명/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대명소노 제공
◆항공업과 다양한 시너지 기대

대명소노가 더 대단한 건 분양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대부분의 콘도 회사는 분양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올려요. 부동산 사업자에 가깝죠. 아난티가 그래요. 아난티의 경우 2023년 매출이 8970억원이었는데, 분양 매출이 80%인 7100억원에 달했어요. 이런 경우 분양할 게 없어지면 매출이 뚝 떨어져요. 실제로 작년에 그랬어요. 매출이 28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어요. 분양 매출이 10분의 1토막이 나서 740억원밖에 안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그나마 아난티는 운영매출이 계속 늘어서 괜찮은데요. 다른 상당수 콘도들은 운영매출을 잘 올리지 못해 분양 잘해놓고 부도를 많이 냈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에게 갔죠.

대명소노는 근데 분양을 잘했고 운영은 더 잘했어요. 이건 숫자로 잘 드러나요. 대명소노의 작년 분양매출은 약 1300억원이었어요. 전체 매출 9700억원의 14% 수준이었어요. 이에 비해 객실운영해서 번 것은 81%인 7800억원에 달했어요. 이렇게 운영매출 비중이 높으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해요. 분양할 때는 우르르 돈 벌고 없을 땐 매출이 확 떨어지면 투자업계에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해요. 상장사라면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됩니다. 반대로 운영매출 비중이 높아 안정적이면 프리미엄을 받는 게 가능해요.

소노인터내셔널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이처럼 운영매출이 많아서 가능해요. 프미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이 회사는 수익성도 좋은데요. 작년 기준 영업이익이 2080억원에 달했어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21%나 됐어요. 그 전년인 2023년에도 약 9700억원 매출에 2200억원 영업이익을 거뒀어요. 이익률이 23%였죠. 20%대 이익률은 이 업계에선 굉장히 드물어요. 국내 호텔 1위인 롯데호텔은 작년에 매출 약 1조4000억원을 거두고 영업이익은 535억원이었어요. 이익률이 3% 수준이었죠. 대명소노의 경쟁 상대로 꼽히는 한화리조트는 이보다 더 낮은 1.8%에 불과했어요.

대명소노는 현재 2세 경영자인 서준혁 회장이 이끌고 있어요. 서 회장이 항공업에 도전한 건 단순한 허영심은 아닌 듯해요. 기존 대명소노의 리조트, 호텔, 레저사업과 항공업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대명소노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과 워신텅DC, 하와이, 베트남 하이퐁에도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요. 항공과 호텔을 연계한 상품 출시가 가능하죠. 티웨이항공은 저가 항공이지만 파리 같은 장거리 노선도 있거든요. 또 외국인이 티웨이항공을 타고 한국에 오면 대명소노 리조트나 레저시설 할인권을 주는 식의 연계판매도 가능해요.
다만 해외에도 호텔, 리조트, 골프장, 스키장, 여기에 항공까지 다 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시너지 효과가 검증된 모델은 아니란 얘기죠. 하지만 한국 리조트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한 대명소노가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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