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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거부로 장기 체류 중인 6명의 북한 주민
김정은의 '두 국가론'과 국제입지 강화 때문
새 정부의 균형 접근, 북핵 해결 단초 기대


지난해 10월 24일 북한 주민 4명이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목선을 군 당국이 예인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북한 국적을 가진 주민들이 서울에서 몇 달째 이상하게 살고 있다. 3만6,000여 명의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합법적으로 거주한다. 하지만 6명의 북한 국적 주민들은 한국 귀순을 거부하고 북한 송환을 요구한다. 이들은 지난 3월과 5월 서해와 동해에서 무동력 목선이 표류하면서 해군에 구조되어 남한에서 어정쩡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주민은 관계기관 안가에서 목욕까지 거부하며 송환 이후 북한 당국 조사에 대비한다. 남한에서 억류하지 않았는데도 북한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니 주민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신세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특별한 대공 용의점이 없는 만큼 주민들의 송환을 위해 남북 소통을 시도했다. 북한은 군통신망이나 유엔군사령부 직통전화인 ‘핑크폰’ 통화를 거부하고 묵묵부답이다. 과거 실수로 남한으로 넘어온 주민들이 신속 송환된 것과 대비된다. 2019년 동해 NLL을 넘어온 주민 3명은 40여 시간 만에 송환이 이뤄졌다.

북한 행동의 이유와 한계는 다음과 같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2023년 말 발표한 ‘두 국가론’에 근거한다. 그는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된다”고 했다. 이후 평양은 일종의 무시와 무관심 전략으로 서울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민족기반의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각종 상징물은 삭제되고 폭파됐다. 지금 평양의 관심사는 북러 군사동맹 강화 속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특별한 만남이다. 모스크바로부터는 피비린내 나는 파병 대가를 챙기는 데 주력한다. 남북관계는 북한 당국의 의제에서 사라졌고 통전부 등 담당조직조차 폐지됐다. 섣부른 대남 소통과 접촉은 주민들의 사상 동요 단속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자국민이 어디에 있든 별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무반응이면 언론을 통해 송환 일정을 공개한 뒤 판문점에서 신병을 인도하거나, 확성기로 송환 계획을 통보하고 해상으로 돌려보냈다. 지금은 K한류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비무장지대를 철통 봉쇄했다.

이재명 정부가 향후 신속하게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유세과정 발언이나 공약으로 볼 때 자명하다. 통일부는 관련 단체들에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 요청했고 확성기 방송은 중단했다. 대남 소음방송도 중지되며 그런대로 비례적 반응이 나왔다. 연이어질 대북 유화책이 자진 무장 해제인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단초일지는 평양에 달려 있다.

대북정책은 정권에 따라 진폭이 매우 큰 분야다. 문제는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유화 조치에 신속하게 화답할 것인지 여부다.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의사대로 고향으로 돌아갈지 주목된다.

‘두 국가론’으로 무장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구애가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6·15 정상회담이나 2007년과 2018년 정상회담과는 한반도 국제 환경이 매우 달라졌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편지 수령을 거부하며 '갑'의 위상을 과시했다. 푸틴과 트럼프 등 국제 스트롱맨들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고 남북한의 민족주의 기조가 퇴조했다.

최근 영변에 신규 핵시설이 발견되는 등 북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핵을 가진 평양과의 관계는 단절할 수도, 협력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심각하다. 보수, 진보정부 여부를 떠나 북핵을 해결한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이 가능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핵무기국과 재래식 무기국으로 고착될 것인지, 혹은 남한에 핵이 반입되어 핵균형을 이룰지 여부가 ‘엔드 스테이트(end state)’가 될 것이다. 정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가 균형을 맞추며 평양을 공략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단초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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