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이스라엘-이란 공습관련 대통령실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계엄 위기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G7 정상회의 참석은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Democratic Korea is back)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첫 국제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정상 국가화’를 알리기 위해 조속한 ‘데뷔전’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또 “이번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 6개월여간 멈춰있던 정상외교의 공백 상태를 해소하고, 정상외교의 복원과 재가동을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재명 대통령 G7 정상 외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다자외교 무대에서 정상회담도 활발히 진행한다. 16일(현지시간) 오후 캐나다 캘거리에 도착한 이 대통령 내외는 이날 저녁 캐나다가 초청하는 공식 일정에 참석한다. 한국을 포함해 호주·브라질·인도·멕시코·남아공·우크라이나 정상이 이번 G7 정상 회의에 초청받았다.
이 대통령은 17일엔 캐나다 카나나스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 참석한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인공지능(AI)·에너지 연계를 주제로 두 차례 발언할 예정이다. 확대 세션 전후로는 G7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도 예상된다. 관심이 쏠리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조율 중”이라고만 했다.
대통령실은 G7 회의 참석에 대해 기대되는 성과로 ▶주요국 정상과의 대면을 통한 조기 신뢰 관계 구축 ▶통상·무역 등 현안 논의 진전 ▶‘G7 플러스’ 국가로서의 국가 위상 공고화 등 3가지를 꼽았다. 이 대통령이 G7 참석을 결정한 것도 주요국 정상이 모이는 다자외교를 통해 산적한 외교 현안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취임 후 첫 외교 무대가 다자외교였던 건 IMF(세계금융기구) 외환 위기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1998년 2월 25일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와 잇달아 만났다. 인수위도 없이 취임한 이 대통령은 12일반에 다자외교 무대에 서게 된다. 반년 넘게 중단된 정상 외교를 신속히 복원한다는 차원이지만,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노선이 곧바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대통령실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다. 지난 6일 첫 통화는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나갈지 관건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한·미 간 현안으로 관세·무역 문제와 안보 관련 사안이 있다”며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현안을 타결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이 회동한다면 실무적인 협상을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주목된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 간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선 기간 ‘지속적인 해결’을 약속했던 과거사 문제 해법도 마련해야 하는 숙제도 안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 간 통화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끌어나가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며 “(회담이 성사되면) 통화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미·일 3자 회담이 열리는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열려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중심’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동맹국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이 달라진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G7 국가와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이란 사태가 G7 정상회의 돌발 의제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군사적인 대결이나 긴장 격화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고,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 입장에 따라 G7에서도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상외교 무대에 복귀해 상견례를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담담하게 대응하면 실용외교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인 이날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중단된 남북 대화 채널부터 신속히 복구하며 위기관리체계를 복원해 나가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흔들리면 경제와 안보는 물론 국민의 일상까지도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평화가 곧 경제’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정부는 소모적 적대 행위를 멈추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