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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
<68>태안화력 산재 사망자의 월급명세서
지난 2일 기계 끼여 사망 고(故) 김충현씨
산업현장 경력 28년 숙련 정비 노동자인데
급여 60% 중간착취, 김용균 이후에도 여전
근로계약서에는 각종 권리 제한 규정 빼곡

편집자주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명(2019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중간업체에 떼이는 수수료 상한이 없는 데다 원청이 정한 직접노무비를 용역업체나 파견업체가 노동자에게 다 주지 않고 착복해도 제재할 수 없어서,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중간착취 방지 법안들’은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답보 상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간착취 문제를 꾸준히 고발합니다.
김충현 노동자가 혼자 일했던 공작실 앞에서 잠시 햇볕을 쬐는 모습.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일 오후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50)씨가 원청이 책정한 월 임금(직접노무비) 약 1,000만 원 중 60%가량을 중간업체에 뜯기고 420만 원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중간착취'이다.

2018년 같은 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씨도 원청이 내려준 월급은 522만 원이었지만, 220만 원만 받았다. 원청이 책정한 임금을 하청이 착복해도 제재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산업현장의 중간착취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15일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충현씨가 소속 용역업체(2차 하청)인 한국오앤엠과 맺은 올해 근로계약서상 월급여(세전)는 420만7,470원이다.

김충현씨의 2025년 4월 월급명세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원청인 태안화력이 올해 김충현씨의 임금으로 얼마를 내려보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6년 전인 2019년 태안화력이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에 지급한 1인당 직접노무비는 약 월 1,000만 원이었다. 한전KPS가 2차 하청업체 오에스산업개발(김충현씨가 한국오앤엠 재직 전에 속했던 업체)에 지급한 1인당 월급은 약 530만 원이었다. 하지만 김충현씨가 당시 최종적으로 수령한 월급은 393만8,220원뿐이었다.

김충현씨의 2019년 11월 급여명세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1차 하청업체는 급여의 47%를, 2차 하청업체는 남은 돈의 26%가량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김충현씨는 원청이 내린 급여의 약 40%만 손에 쥘 수 있었다. 태안화력과 한국KPS가 노무비 체계를 6년 전 기준표에서 단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김충현씨는 최근까지 급여의 약 58%를 뜯겼다고 추정된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는 등 산업현장의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중간착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충현씨는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여러 권리도 제한받았다. 그가 한국오앤엠과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회사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 장소를 조정할 수 있으며 시간 외, 휴일, 야간근로를 명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아니한다", "계약서상의 근로 시간에 대해 동의하며 연봉, 법정수당, 퇴직금에 대해
추후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다. 대책위는 "해당 조항 모두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계약서에는 "타인의 급여를 함부로 누설해서는 안 되며, 해당 의무를 위반한 경우 징계의 대상"이라는 내용도 있는데,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외부 발설을 막으려는 의도
로 해석됐다.

대책위는 "김충현 노동자는 기계 정비, 설비 유지보수, 용접, 배관, 에너지관리 등 수많은 기술을 익힌
정비기술 경력 10년, 산업현장 경력 28년의 숙련 노동자
였다"며 "그럼에도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착복당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문제"라며 "고용불안과 노무비 착복이라는 이중고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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