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남쪽에 위치한 정유공장이 이란의 공습을 받아 화재가 난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하면 테헤란이 불타오를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
"계속 이란을 침략한다면 가혹히 대응할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이란의 주요 수뇌부와 핵시설을 노린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 작전(일어나는 사자)이 15일(현지시간)까지 사흘째 이어지며 중동의 긴장감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 정권이 마비될 때까지 추가 공습을 이어가겠다"는 강경 입장이어서 사태가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이란 반관영 파르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공격 이틀째인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무인기(드론)로 이란 남부 걸프 해역에 위치한 최대 가스 정제공장 사우스파르스를 공격했다.

김경진 기자
같은 날 이스라엘군(IDF)은 수도 테헤란의 주요 휘발유 저장고도 공격해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고 이란 석유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이란 서부의 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가 있는 지하 시설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13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 등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IDF는 "두 차례에 걸쳐 100기에 못 미치는 규모였고 대부분 요격했다"며 "다만 요격 파편으로 일부 건물이 손상되고 최소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14일에도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등을 공격했다. 현지 매체는 "예루살렘 상공은 이스라엘군의 탄도미사일로 인해 섬광과 폭발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방공시스템을 가동해 대응했으나 20대 여성 등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대공 방어 시스템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 매체에 따르면 14일까지 이스라엘의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170명이다. 이란에선 사망자 78명, 부상자 32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측 사망자 가운데는 핵 과학자 9명과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도 포함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알리 샴카니 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도 사망했다고 이란 매체는 전했다.

지난 2023년 3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모하메드 알 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사진 왼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사진 가운데)과 만난 알리 샴카니 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사진 오른쪽).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알리 샴카니는 이스라엘의 '일어나는 사자' 작전의 일환으로 암살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모사드, 자택에 있는 이란 요인 암살…치밀하게 준비"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가능했던 건 정보기관 모사드의 치밀한 준비 덕분"이라고 짚었다. 모사드가 수년 간 첩보 활동으로 정보를 축적한 뒤, 수 개월 전 이란에 대거 밀반입한 드론을 이용해 요인을 암살하고 방공망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특히 암살 대상자 상당수가 자택 침실에서 최후를 맞이했을 정도로 "이스라엘이 치밀하게 작전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모사드를 앞세워 이같은 작전을 벌인 배경엔 이미 고도화 단계에 이른 이란의 핵 개발 능력 파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IDF는 전날 이란 핵 개발 핵심 장소로 꼽히는 이스파한, 나탄즈 등의 핵시설을 집중 공습했다.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 중 유일하게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나탄즈 핵시설엔 무기화 직전 단계인 순도 60% 정제 고농축 우라늄이 400kg가량 있다고 알려졌다. 페레이둔 압바시-다바니, 모함마드 메흐디 테헤란치 등 이란 최고 핵 과학자로 꼽히는 이들이 이번 공격 대상에 포함된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지상의 핵연료 농축시설만 공격하고 핵연료 저장소나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은 공격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X에서 "(이번 공격으로 인한) 외부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보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중부의 한 지역.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엔 이란이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반(反) 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을 적극 지원해 온 사실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오늘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확고히 지지해 온 입장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이스라엘과의 갈등에서 이란을 지지할 것"이라며 "시오니스트의 적들(이스라엘)이 위험한 공격으로 저항 전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완전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붕괴나 지휘체계 궤멸을 노렸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모사드 관계자는 WP에 "이미 암살 당한 대상자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각 분야 2선의 지휘관들에게도 위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해서도 최고 지도자들을 한 명 씩 암살하며 의사결정 체계를 파괴했던 바 있다.

미국과의 핵협상에 이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앞으로 2주간의 추가 공습이 계획돼 있다"면서 "이는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도록 압박하거나 혹은 피해가 누적돼 정권 기능이 아예 마비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미·이란 6차 핵협상은 취소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서방 국가들, 이란 보복 대비 이스라엘 방어 지원
한편 미국은 주요 구축함과 공군 전투기들을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 보복공격에 맞서는 이스라엘 방어 지원에 나섰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구축함 '토머스 허드너'에 동부 지중해로 항해를 시작하라고 지시했으며, 백악관이 요청할 경우 투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구축함에도 전방 이동을 지시했다.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 전투기를 배치 중인 영국은 본토 기지에 있던 재급유기와 추가 전투기까지 급파할 예정이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저지하는 국가의 역내 기지와 선박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이란 국영통신이 전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이란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공격받는다면 미군의 완전한 힘과 완력이 예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수준들로 내리 닥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란에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미국은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589 교전 사흘째 이스라엘·이란 '대낮 공습' 공방 new 랭크뉴스 2025.06.16
52588 트럼프 “이스라엘-이란 곧 평화 올 것… 많은 만남 진행”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7 신경 끄라며 내 발목은 왜 [그림판]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6 불타는 이란·이스라엘…미-이란 핵협상 중단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5 이란, 영·미·프에 “이스라엘 지원하면 공격” 경고…유럽 중재 가능할까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4 정유시설 폭격한 이스라엘, 이란도 ‘피의 보복’…중동이 불탄다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3 러, 우크라 정유시설 정밀 타격… “돈바스 군부대 연료 공급 차단”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2 제네시스, 전기차 앞세워 유럽 럭셔리車 본격 공략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1 이란은 민심 단속에 분주한데… '저항의 축'은 '침묵 중'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80 대구 한 정신병원서 환자들 간호사 폭행 후 도주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9 "LLM 만들어본 공무원 있었겠나"…하정우 AI수석에 업계 기대감 [팩플]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8 "이란 최고지도자, 국가 방어 실패에 내부 분노 직면"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7 한밤 도심 연쇄방화 뒤 숨진 채 발견…“원한 관계 추정”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6 "어디가 싱크홀 위험 지역?"... 서울시 특별점검 탐사지도 공개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5 "지친 마음에 다른 분과…" 외도 인정 윤딴딴, 파경 후 폭로전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4 ‘초대 AI 수석’ 하정우는 누구?···네이버 현장 경험, 국가 정책으로 구현될까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3 "고향에 유골 뿌려줘" 아내 유언 지키고…여객기 사고로 숨진 남편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2 “크루즈 컨트롤 믿었는데”···예초 작업하던 60대 치여 숨져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1 "이렇게 귀여운 동물 처음 봐"…현관문 앞 비 쫄딱 맞은 아기 라쿤 new 랭크뉴스 2025.06.15
52570 "병상에서 김민석이 보이더라" 이재명 최측근 된 '그날 뉴스' [이재명의 사람들③] new 랭크뉴스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