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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클레어튼의 US스틸 공장 전경. AP연합뉴스


미국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철강 기업 US스틸이 일본 품에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일본제철은 110억달러(15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해 현지 생산에 집중할 방침인데, 주력 품목이 겹치는 한국 철강업계엔 ‘트럼프 관세’에 이은 또 하나의 ‘악재’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전날 공식화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한국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업계나 일본제철 모두 미국 고부가가치 철강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주력 제품군이 겹치는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현대제철·포스코의 현지화 전략도 아직 구체화 단계라서 직접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위해 미국 정부와의 국가안보협정을 체결했는데, 세부조건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본제철이 2028년까지 약 110억달러를 현지 시설에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 정부는 경영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갖게됐다는 정도가 공개됐을 뿐이다. 15일 요미우리와 NHK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협정엔 일정기간 US스틸 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과 본사를 해외 이전하지 않는다는 조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를 통해 일본제철은 향후 US스틸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화할 계획이다.

일본제철은 앞서 2023년 12월에도 US스틸 인수를 추진했으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가안보 우려와 미국의 핵심산업을 미국 소유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US스틸이 미국인들에게 과거 자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브리지가 US스틸의 철강으로 만들어졌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장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황금주 등을 통해 의사결정권의 헤게모니를 미국이 쥐려는 것 같다”면서 “US스틸은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부수혈을 통해서라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일본제철과 현대제철, 포스코는 미국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과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전기강판 등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현실화하자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58억달러(8조5000억원)을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 역시 이 제철소에 지분 투자 등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에 미국은 제1의 수출시장(생산량 13% 수출)이다.

손 원장은 “현대제철은 일단 미국 현대차 공장에 공급할 자동차용 강판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일본제철·US스틸과의) 충돌이 크진 않을 수 있다. 또한 일본제철이 인수했다고는 하나 US스틸이 곧바로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일본제철이 US스틸의 내수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 한국 업계보다 유리해진 면은 있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조강생산량 세계 4위의 철강기업(세계철강협회·지난해 기준)으로 US스틸 인수로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7위, 21위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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