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경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방에 지역 화폐(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마다 재정 여건이 다르고,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비가 더 침체된 지역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아동수당 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2차 추경안을 발표한다. 이번 추경에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할인율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역 화폐 할인율을 달리 적용하려는 것은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화폐는 정부가 상품권을 구매한 주민에게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할인율이 10%인 경우 현금 1만원을 내면 1만1000원이 충전된 지역 화폐를 구매할 수 있다. 이때 10%의 할인율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부담한다.
정부는 이미 지역 화폐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는 정책을 소규모로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역 화폐 예산이 축소되면서 정부는 인구 감소 지역, 보통교부세 불교부 단체, 그 밖의 일반 자치단체로 나눠 국비 예산을 차등 지원 중이다. 인구 감소 지역은 할인율이 문재인 정부 때처럼 10%로 유지되는 반면 일반 자치단체는 7%,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서울·경기·성남·화성 등은 0%로 적용돼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선 할인율과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소비 성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점도 지역화폐 할인율 차등 지원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불변 기준)는 119.9를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은 99.3에 그쳤다.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도 지역은 경남(105.1)을 제외하고 모두 90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생산지수 역시 서울(122.0)과 비수도권(110.2) 사이에 뚜렷한 격차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를 보면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평균소비성향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도 지역의 평균소비성향은 대도시 지역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청년 인구의 대도시 유입, 소비 인프라 부족, 인구 고령화 등이 지방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 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 투입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실제 할인율이 10%였을 당시인 2021년 1조522억원의 국고 지원액으로 20조2000억원의 지역 화폐를 발행했다. 일부 지역에 할인율을 확대하더라도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비해 재정 부담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도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최대한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은 38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336조5000억원)보다 약 45조9000억원 많다. 지난 1~4월 국세는 142조2000억원 걷혀 지난해 동기보다 16조6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2차 추경안에 추가 국채 발행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 경정이 포함될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지역 화폐를 통해 소비 진작을 일으키는 방안과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아동수당 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 보조 등도 2차 추경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