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가족단체는 “정부 대응 따라 살포 멈출 수도”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해 6월 대북전단 20만장을 경기 포천시에서 살포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접경지에서 전단이 실린 대형 풍선들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인천 강화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14일 오전 0시40분께 인천 강화군 하점면에서 “대형풍선이 떨어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같은날 오전 8시10분께 강화군 양사면, 오전 9시27분께 경기 김포시 하성면에서도 관련 신고를 받아 현장에서 대북전단, 이동식저장장치(USB), 과자 등과 대형풍선 잔해를 수거했다. 경찰은 민간단체가 풍선을 날렸다고 보고 살포 주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고 종합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이런 강경 기조에도 대북전단 살포가 실제 중단될지는 미지수다.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주요 단체들이 전단 살포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다 비공개로 활동하는 탈북단체와 종교단체 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앞서 대북전단을 날려 지난해 11월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탈북민 출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같은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감옥에 가더라도 괜찮다”며 대북전단 살포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역시 탈북민 출신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한겨레에 전단 살포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단체들은 비판하면서도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하는 민간활동은 독재정권이 아니라면 막아서는 안 된다”며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납북가족단체는 앞서 12일 대북전단 공개 살포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정부 대응에 따라 살포를 멈출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최성룡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는 한겨레에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니 공개 살포를 예고했다”며 “정부가 피해 가족을 위로하고 북과 대화 등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힌다면 전단 살포를 멈출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앞서 2023년 9월26일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금지하고 살포 주체를 일괄적으로 형사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 위배라며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수사당국은 항공안전법을 적용해 대북전단 살포를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북전단 풍선이 무게 2㎏ 미만이면 항공안전법상 규제를 받는 초경량 비행장치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한겨레
이준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