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채팅 내역. 연합뉴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른바 ‘문고리 거래’를 하려다 금전 피해를 보는 사기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당근마켓으로 거래하다가 495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됐다.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당근마켓에서 알게 된 B씨로부터 아이폰16 프로맥스를 구매하기로 하고 문고리 거래를 하러 약속 장소에 갔다. 그는 ‘돈을 입금하면 아파트 동과 호수를 알려주고 문고리에 제품을 걸어두겠다’는 B씨 말을 듣고 B씨가 알려준 계좌로 165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B씨 프로필에 ‘재거래 희망률 100%’라는 기록과 지역 인증 내역 등이 있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A씨와 직접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잡았고, 제품을 넣은 쇼핑백을 문고리에 걸어둔 사진도 미리 전송했다.
하지만 B씨는 막상 돈을 송금받자 “사업자 계좌이고 최근에 개설해 개인 거래가 확인돼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A씨는 이미 송금한 금액은 당일에 반환될 거라는 이야기를 믿고 165만원씩 3차례에 걸쳐 총 495만원을 보냈으나 B씨는 결국 잠적했다.
문고리 거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자주 이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기 범행도 잇따르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물건을 찾아갈 집 주소를 허위로 알려준 뒤 구매자가 돈을 보내면 그대로 잠적하는 식이다.
A씨는 “B씨는 동네 홍보에 필요하다면서 (다른 이에게) 돈을 주고 당근 계정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거래 당시 신분증까지 보내와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는 B씨 관련 피해자를 찾기 위해 온라인 단체 대화방 개설했는데 지난 12일 기준 64명이 모였고 피해금은 17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주거지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지로 다양했고 거래 품목은 각종 상품권이나 그래픽카드, 닌텐도 등이었다.
경찰은 범행 계좌 등을 토대로 판매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이나 신분증은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니 중고거래 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