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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폴넷에 캐릭터 곰순경 웹툰드라마를 연재한 이도하 경장이 경기 광주경찰서 형사과 조사실 안에서 작업하는 태블릿에 형사 곰순경을 띄워 들고 있다. 손성배 기자
경기 광주경찰서 형사과 이도하 경장이 경찰 내부망 폴넷에 연재한 웹툰드라마 곰순경의 근무일지. 사진 이도하 경장

‘곰순경’은 현직 경찰관이 크고 듬직하고 힘센 곰을 상징으로 만든 웹툰 캐릭터다. 곰순경은 “교통민원 24 사칭 문자를 절대 클릭하지 말라”며 스미싱 예방을 하고, “국민 곁에 늘 함께 하는 경찰관이 되겠다”는 문구와 함께 다정하게 손을 내민다. 경기남부경찰청의 비공식 마스코트가 된 곰순경을 그리는 경찰관은 경기 광주경찰서 형사과 형사4팀 이도하(34) 경장이다.

이 경장이 곰순경을 개발할 당시엔 곤지암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초임 순경이었다. 곰순경이 성별이 드러나지 않지만, 까맣고 강인해 보이는 그림체 탓에 그리는 작가가 남자 경찰관 아닐까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 경장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에 망그러진곰 시리즈가 있는데, 귀여운 몸짓에 새침한 표정이 좋아서 곰순경으로 캐릭터 정체성을 정했다”며 “지금은 경찰 조직 안에서만 웹툰을 그려서 보여드렸지만, 앞으론 국민 여러분이 보실 수 있는 플랫폼에 연재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첫 시작은 2023년 광주경찰서 범죄예방계장의 공지였다. “내부 교육용 자료를 만드는데, 그림 그려줄 수 있는 직원을 찾는다”는 말에 이 경장이 손을 들었다. 어려서부터 셜록 홈즈 추리 소설과 원피스 등 만화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즐겼던 이 경장은 대학 4학년 때 취업을 준비하면서 “대세는 웹툰”이라는 생각에 만화를 배우러 출판 만화「에덴의왕」을 작화(作畵)한 이상철 작가를 찾아가 그림을 배웠다.

곰순경의 근무일지 웹툰드라마 3탄 주취자편의 일부. 사진 이도하 경장

2023년 5월부터 경찰 내부망 폴넷에 게시한 웹툰 ‘곰순경 현장사례 탐구’는 총 4편이다. 마약 신고 접수·출동 시 현장 활동, 실종신고 대응 요령, 주취자 신고 처리 방법, 체포 피의자 경찰서 인치 매뉴얼 등을 곰순경을 중심으로 그려냈다. 한 회당 25~50컷 분량으로 작업 시간은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한 달이 걸린 적도 있다고 한다. 이 경장의 웹툰은 폴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조회수 2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엔 경찰 잡지 수사연구 4월호에 ‘곰순경의 근무일지 수사연구 특별편’을 냈다.

연재한 곰순경 현장사례 탐구엔 젊은 경찰관이 베테랑 선배 경찰관들에게 근무 도중 전수받은 노하우를 버무려 실제 현장 매뉴얼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예컨대 주취자가 노상에서 자는 모습은 포켓몬스터 캐릭터 잠만보를 차용해 그린 뒤 하늘색 장갑을 낀 곰순경이 대결을 펼치듯 다가가 의식을 확인한 뒤 “팔 오금 아랫쪽 바깥 부분을 엄지로 눌러 통각 반응을 본다”고 쓰여있다. 주취자가 정신을 못 차리면 두 번째로 전자 호루라기를 ‘삐리리리’ 울려 청각 반응을 통해 깨우고 한 손으로 목을 받치고 팔을 잡아당겨 앉힌다는 흐름이다.

이 경장은 파출소 교대 근무를 하면서 근무 시간엔 112 신고 출동을 나가고, 퇴근 후엔 승진 공부를 하면서 웹툰을 틈틈이 그리는 1인 3역을 해내다 지난 3월 형사과로 선발돼 본서에서 근무하게 됐다. “경찰의 꽃은 수사라는 얘기가 있다. 수사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 자원했는데, 끝까지 간절히 내가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려 선발됐다”는 이 경장은 광주서 형사과 46명 중 유일한 여자 경찰관이다.

이 경장에겐 웹툰 그리는 경찰관 말고 독특한 이력이 또 있다. 취업 준비를 하다 불규칙한 생활을 반성하게 됐다는 그는 공군과 해병대 학사장교 시험을 보고 둘 다 합격해 공군 장교로 입대해 중위로 3년 만기 전역했다. 초등학생 때 육상부로 400m와 높이뛰기 선수를 하고 경희대 유도 동아리 부주장을 하면서 다진 체력 덕분에 군과 경찰 체력 시험에 무리 없이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군에선 헌병 병과에서 근무했다.

이 경장은 “법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람을 돕는 명예로운 직업이 경찰관이라고 생각해 들어왔고,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여전히 경찰을 미워하는 분들이 있어 속상하지만, 곰순경으로 보다 친근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형사로 일하고 있어 피의자 추적이나 잠복에 혹시 탈이 날까 봐 얼굴 공개는 극구 사양했다. 대신 사복 곰순경 사진을 태블릿에 띄워 얼굴을 대신했다.

경찰 폴넷에 캐릭터 곰순경 웹툰드라마를 연재한 이도하 경장이 경기 광주경찰서 안내판 앞에서 작업하는 태블릿에 형사 곰순경을 띄워 들고 있다. 손성배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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