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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플레이스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세계관을 담으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츠타야 CCC 아트랩 (TSUTAYA-CCC ART LAB) 서울’ 팝업스토어 전경. 김세린
지난달 30일, 서울 한남동의 고급 복합 주거단지 ‘나인원 한남’ 리테일존. 낯선 일본어 간판 앞으로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편안한 차림의 인근 주민부터 삼삼오오 짝지은 2030이 찾은 이곳은 ‘츠타야 CCC 아트랩 (TSUTAYA-CCC ART LAB) 서울’ 팝업스토어였어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미리 알고 온 팬들은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굿즈에 흔쾌히 지갑을 열었고, 구매한 잡지를 살펴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있었어요.

츠타야 서울 팝업에서 일본 아트 매거진을 살펴보는 소비자. 김세린
오는 7월 13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의 주인은 일본 유통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운영하는 ‘츠타야서점’입니다. 1983년 서적·DVD 대여업으로 시작한 츠타야는 아트·여행·F&B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표준이 되었죠. ‘우리는 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CCC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야기처럼, 이들의 공간 비즈니스 역시 업계에 신선한 영감을 주었고, ‘취향 자본’이라는 신조어의 단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명성 덕에 이번 츠타야 팝업은 상륙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책이 여전히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는지를 ‘공간’으로 답해 온 츠타야, 오늘 비크닉은 팝업 현장에서 단순한 서점을 넘어서는 이 브랜드의 공간 철학을 살펴봤습니다.

“책 파는 게 아니야” 한국에 온 日서점의 소통법
긴자 츠타야서점 전경. 일본에 방문하면 꼭 들려야할 명소로 꼽힌다. CCC ART LAB
우선 서점 이상을 지향하는 츠타야가 왜 서울에 상륙했는지부터 알아볼게요. CCC는 근 1년간 서울이라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지난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아트페어 기간 중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한차례 팬들과 마주하기도 했죠.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 첫 팝업은 다양한 한국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브랜드의 공간 철학을 현지에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하답니다. 서울 ‘핫플’ 중심지에서도 여전히 츠타야다운 공간이 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서죠.

초창기 CCC는 서점인 ‘츠타야 북스토어’와 DVD·CD를 대여하는 ‘츠타야’ 두 매장을 운영하며 비교적 폐쇄적인 마케팅을 해왔어요.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스트리밍 확산,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사업은 큰 타격을 받았죠. 서점은 20년 만에 1만여 곳으로 줄어들며 반토막 수준이 됐고(2023년 기준), 대여 매장 역시 10년 만에 매장 수가 절반이 됐으니까요. CCC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고, ‘경험’을 파는 공간, 즉 ‘머무는 서점’으로 진화합니다.

첫 주자는 ‘쉐어 라운지(Share Lounge)’였습니다. 2019년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1호점을 열었는데,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해 책을 읽거나 커피를 즐기며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어요. 책과 업무, 회의, 독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 빠르게 확장했고, 팬덤을 확보한 덕에 그해 대표 멤버십 카드인 T포인트는 누적 발급 수 약 7000만장을 돌파했어요.

공간 브랜딩 확장을 위해 필라테스와 서점을 결합한 콘셉트를 구현한 CCC. tsutaya conditioning pilates
코로나19 이후 여가 생활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츠타야는 그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쉼과 영감을 얻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으니까요. 회사 측은 직영점 100곳, 가맹점 1100곳, 츠타야서점 30여곳(2025년 6월 기준)을 운영하며 일본 전역은 물론 중국·대만 등 해외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어요. 현재는 필라테스·골프 등 책과 무관해 보이는 영역까지 발을 들이며 취향 중심 콘텐트로 확장 중입니다. 트렌드에 따라 소비가 높아진 콘텐트를 선별하고, 고객의 기분과 취향에 맞춘 공간 설계와 서비스 제공하면 곧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죠.

예술로 채운 3가지 공간…한남동에 뜬 작은 도쿄
긴자 츠타야서점에 설치된 상설 아트리움 전시 공간. CCC ART LAB
이번 서울 츠타야 팝업에 구현된 아트리움 공간. 긴자 츠타야서점을 모티브로 했다. 김세린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도 츠타야의 공간 철학은 오롯이 드러납니다. 바로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예술적 미감을 더하는 것이죠. 실제 팝업을 기획한 CCC 아트랩 측은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모토로 스토어 기획, 전시, 이벤트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는 그룹이에요. 서서울에 팝업을 연 것도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창의성이 발현되는 도시’라는 이유가 컸다고 해요.

큐레이션숍에서 전시 및 판매중인 라이프스타일 아이템들. 김세린
팝업은 크게 세 가지 컨셉트로 구성됐어요. ▶긴자 츠타야서점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의 정원(Garden as Art)’ ▶감각적인 소품과 굿즈를 판매하는 ‘큐레이션 숍(PIECES OF TASTE)’ ▶책과 커피가 어우러진 ‘작은 책방(A LITTLE BOOKSHOP)’으로 명명했죠. 각 공간은 나인원한남 건물 가장자리에서 메인으로 오는 구조로 경험할 수 있는데요, 나가이 히로시, 아라이 사코 등 일본풍 예술을 고요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지나면, 감도 높은 오브제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홀린 듯 구경하다 구매하게 하고, 도쿄를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리틀냅(LittleNap)’의 핸드드립까지 맛볼 수 있게 동선을 짰어요. 현지 츠타야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콘텐트를 조화롭게 배치한 것입니다.

나인원한남 리테일존에 설치된 츠타야북스XCCC ART LAB 간판. 김세린
‘팝업 성지’라는 성수동이 아닌, 차분하고 여유로운 한남동을 택한 이유가 충분히 간파되는 대목입니다. 고급 주거 단지 내 상가라는 특성상 아트· 미식·패션 등 문화 전반의 라이프스타일이 어우러지면서 츠타야의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셈이죠. 츠타야와 이번 팝업을 함께 기획한 박지호 영감의서재 대표는 “조용한 주거지의 매끄러운 동선과 정원 구조가 우리가 말하는 ‘머무는 경험’과 잘 어울렸다”며 “서점·갤러리·라운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당신의 취향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책장을 넘어서 삶의 방식으로…콘텐트보다 컨셉트
관람객이 츠타야가 서울 팝업을 위해 큐레이션한 아이템을 살펴보고 있다. 김세린
특히 츠타야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큐레이션(맞춤형 콘텐트 선별)’인데요, 가령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없애고 책과 음악, 영화를 함께 엮어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들여오는 식으로 기존 문법을 허물어왔죠. 큐레이션은 제품이 아니라 태도와 감각, 감정을 선별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서울 츠타야 팝업 '작은 책방'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본 매거진. 김세린
이번 팝업에서도 예외는 없었어요. ‘작은 책방’ 공간에서는 흔히들 아는 책이 아닌, 글과 그림, 사진이 빼곡한 매거진 위주로 전시되었으니까요. 박 대표는 “건축, 디자인, 패션, 아트 서적을 비주얼 중심으로 선별해 감성 자체를 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어요. ‘콘텐트’보다 ‘컨셉트’를 내세우며 ‘취향을 탐색하는 놀이터’를 구현한 셈이죠.

츠타야는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책장을 넘어선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여정을 제안하고 있어요. 이젠 서점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아쉬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었죠. 이번 팝업은 책이라는 물리적 매개체를 넘어, 감성·이야기·머무름의 경험을 큐레이션 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츠타야가 파는 건 결국 ‘다르게 살아가는 법’ 아닐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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