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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2024 YR4’, 달 충돌 확률 4.3% 기록
크기 53~67m…수개월 새 확률 꾸준히 상승
월면 강타하면 섬광·대규모 충돌구 생성 예상
달에 구조적 손상 주거나 궤도 흔들지는 못해
거리 너무 멀어져 2028년부터 추가 관측 예정
지구를 스치고 달로 접근하는 ‘2024 YR4’ 상상도. 미국 국립 광학·적외선 천문연구소(NOIRLab) 제공


지구에서 약 3억9000만㎞ 떨어진 우주를 날고 있는 소행성 ‘2024 YR4’ 상상도. 유럽우주국(ESA) 제공


#2037년 미국 한 대도시의 길거리. 말끔하지만 어쩐지 촌스러운 느낌의 정장을 차려 입은 한 젊은 신사가 파라솔이 달린 안마 의자처럼 생긴 특이한 기계 위에서 천천히 내려온다. 신사의 이름은 알렉산더(가이 피어스 분), 기계의 정체는 놀랍게도 ‘타임머신’이다. 19세기 말 천재 과학자였던 알렉산더는 시간을 건너뛰는 타임머신을 발명해 미래로 넘어온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폐허였다. 인적이 끊긴 밤거리에는 쓰레기와 무너진 건물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그 순간, 알렉산더를 발견한 경찰관들이 그의 팔을 붙잡더니 “어서 대피소로 이동하라”며 반강제로 끌고 가려 든다. 그가 어리둥절해하며 이유를 묻자 “월면 식민지가 파괴되면서 달 궤도가 틀어졌다”는 답이 돌아온다.

알렉산더가 고개를 들어 눈으로 확인한 달은 정말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월면 여기저기에는 균열이 선명했고, 우주에는 암석 부스러기가 흩뿌려져 있었다. 지구 자전축을 붙잡아주던 달이 갑자기 파괴되면서 지구에 지진, 극심한 계절 변화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타임머신> 얘기다.

<타임머신>에서 달이 부서진 이유는 식민지 개발을 위한 인간의 건설 활동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달 파괴’라는 재앙이 영화적 허구가 아닐 수 있다는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인은 사람이 아니다. 달로 접근 중인 현실 속 우주의 돌덩어리다. 이것이 무슨 얘기일까.

월면 충돌 확률 상승세 지속

이달 초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최신 촬영 결과를 분석해 “소행성 ‘2024 YR4’가 달에 충돌할 확률이 4.3%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2024 YR4는 지난해 12월27일, NASA에 처음 포착된 소행성 이름이다. 지름이 53~67m로, 20층 아파트 덩치다.

2024 YR4는 당초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던 소행성이었다.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해도 2032년 지구 충돌 확률이 3.1%를 찍었다. 대도시에 낙하하면 대규모 피해를 줄 만한 지름 수십m 이상 소행성 가운데에는 역대 최고 충돌 확률이었다. 그러다 추가 궤도 추적 끝에 2월 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는 다행스러운 결론이 났다.

하지만 ‘요주의’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NASA는 2024 YR4 궤도를 계속 들여다본 결과, 소행성에 강타당할 수 있는 후보가 지구가 아닌 달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NASA는 지난 2월 말, 2024 YR4가 달에 충돌할 확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이 수치를 3.8%로 상향했다. 그러다 이달에는 충돌 확률이 4.3%까지 올라갔다고 발표한 것이다. 완만하지만 꾸준한 증가세다.

2013년 3월17일 월면을 강타한 소행성이 남긴 흔적(사진 가운데 흰색 얼룩)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궤도선에 같은 해 7월 찍혔다. 이 충돌로 지름 18m짜리 충돌구가 형성됐다. NASA 제공


‘달 궤도 변경’ 걱정은 기우

물론 달 충돌 확률은 아직 한 자릿수다. 충돌할 확률보다 충돌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런데도 만에 하나 충돌이 현실화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늠할 사례가 있다.

2013년 3월17일, 달 표면을 신발 상자보다 조금 큰 0.3~0.4m짜리 소행성이 강타한 적이 있다. 이 소행성의 ‘폭격’으로 월면에는 지름 18m 충돌구가 생겼다. 충돌 때 발생한 에너지는 TNT 5t 폭발력이었다. 서방국가 포병의 주력 무기인 155㎜ 포탄 한 발의 700~800배 위력이다.

그런데 2024 YR4 크기(53~67m)는 2013년 달을 때렸던 소행성(0.3~0.4m)보다 100배 이상 크다. 당연히 충돌 때 생기는 에너지도 훨씬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때문에 <타임머신>에서처럼 달 궤도가 틀어지는 것 같은 비상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까. 천체끼리 충돌해 궤도가 변하는 일은 우주에서 흔하다.

NASA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공식 자료를 통해 “2024 YR4가 충돌하더라도 달 궤도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덩치가 100m도 안 되는 소행성 하나로 지름이 3470㎞인 거대한 달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충돌한다면 월면에 밝은 섬광이 생기고 매우 큰 충돌구도 남겠지만, 달 구조나 궤도에 손상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2024 YR4와 지구는 무려 3억9000만㎞(지구와 태양 거리 2.6배) 떨어져 있다. 지구와 너무 멀어 이달 NASA 발표를 마지막으로 향후 수년 동안은 관측이 불가능하다. NASA는 “2028년 달과 지구 근처로 2024 YR4가 다시 접근할 것”이라며 “이때 추가 관측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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