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美와 달리 공습 사전 통지 못받아"…"외교해결 외치나 실행수단 없어"
군사력 약화에 중동 영향력 저하…미-이란 핵협상에도 못 끼어


유럽 주요국 정상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 주요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에 앞다퉈 대화와 외교를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로 외교적 영향력을 얼마나 미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영국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사전 통지받지 못했고 이스라엘의 작전을 지원하지도 않았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영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지난해 4월엔 공군 전투기 타이푼을 띄워 이란이 이스라엘로 발사한 드론을 격추하도록 도왔고 지난해 10월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때도 이스라엘을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는 것이다.

영국은 오히려 며칠 전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 조장을 이유로 동맹국들과 함께 이스라엘 극우 성향 장관 2명을 제재해 이스라엘의 반발을 샀다.

정부 한 고위 소식통은 "그들(이스라엘)은 틀림없이 우리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 외교'는 분주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속 통화를 하고 중동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14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도 통화하며 비슷한 대화를 나눴고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도 전날 이란, 요르단, 사우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유럽 정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당사자들이 긴장을 늦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동시에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와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유럽 주요 정상들의 말은 실행 수단이 없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정보기관 관리 출신 클로드 클로케는 유로뉴스에 "유럽은 열외로 취급받고 있다"며 "5차례 미국·이란 핵 협상이 공전하기는 했지만 유럽은 아예 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은 그동안 가자지구 전쟁이나 레바논 전쟁을 둘러싼 모든 중대한 외교적 노력에서 배제됐다"며 EU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잃은 탓에 중동 문제에서도 발언권이 없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아이언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몇 달간 핵협상에서 이란을 압박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말리기는 했지만, 13일 이스라엘이 막상 공습을 실행하자 이를 사전에 알았지만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도 적극 편들지는 않는 유럽의 애매한 태도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 공격할 경우 상황에 따라 이스라엘의 방어 작전에만 참여한다고 했고 스타머 총리도 이스라엘의 작전을 명시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규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런 자세를 "대단히 신중하게 조정된 대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영국의 신중한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이번 중동 사태로 유럽 안보에 대한 본질적 의구심이 다시 증폭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로케는 유럽 영향력 상실의 주요 배경에는 축소된 군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뉴스는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월 백악관 정상회담 파행으로 드러난, 유럽 안보 미래에 대한 실존적 의문을 더욱 많이 제기하는 일이라고 풀이했다.

이제야 자력 안보 책임을 높이기 위해 시동을 건 유럽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밀렸고 이것이 중동 갈등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453 미 민주당 주의원 총격 사망... 용의자 '트럼프 투표' 50대 남성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52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 출마 선언‥"이 대통령과 한몸처럼 행동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51 공습 주고 받는 이스라엘·이란, 핵협상 결국 취소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50 이스라엘군, 이란 민간인에 "대피하라"…새 공세 예고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9 ‘채상병 사건’ 피의자가 군인권전문위원?…김용원 “피의사실 몰랐다”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8 이준석 제명 청원 동의 ‘57만명’···사람들은 왜 제명 원할까?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7 李 대통령, 아들 부부에 덕담 건네다 울컥 "얼마나 어려움 많았느냐"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6 아이언돔 뚫고 명중…이란 ‘섞어 쏘기’ 다음엔 극초음속 미사일 쓰나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5 민주당 “상법 먼저 처리”…‘야당 법사위원장’ 요구 거절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4 [속보] 이란 외무장관 “이스라엘이 공격 멈추면 보복 멈출 것”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3 트럼프 ‘생일축하’ 615억짜리 열병식…“왕은 없다” 500만 시위 들불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2 "미국에 왕은 없다" 트럼프 생일 맞아 미국 전역서 트럼프 반대 시위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1 [속보] 이란 "이스라엘이 공격 멈추면 우리도 중단"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40 李대통령, 취임 12일만 정상외교 첫발…'통상 난제' 실마리 찾을까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39 "테헤란 불탈 것, 2주간 이란 추가 공습"…이스라엘 뭘 노리나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38 [속보]다시 불붙은 '영끌'·'빚투'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37 윤상현 “헌정질서 지키기 위해 탄핵 반대… 전선, 밖으로 돌려야”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36 트럼프, 이란에 경고장 “미국 공격하면 전례없는 수준 보복”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35 아동학과·영어교육과 정시 합격자가 모두 이과생이라고요? new 랭크뉴스 2025.06.15
52434 [단독] 김민석에 돈 꿔주고 고액 정치자금도 후원 의혹... "돌려받을 생각 없었나" new 랭크뉴스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