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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 단체 ‘거룩한방파제’가 14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서울퀴어축제 맞불집회 성격인 통합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장종우 기자

서울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 26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4일,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어김없이 ‘맞불 집회’를 열고 퀴어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성소수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충돌을 막으려는 경찰에게 “동성애를 지키려고 서 있느냐”며 고성을 지르다가 제지당하는 이도 있었다. 축제 참여자들은 공격적인 발언과 혹시 모를 폭력에 두려워하면서도 상처받지 않고 축제를 즐기겠다는 마음 가짐을 이어갔다. 이날 퀴어문화축제의 구호는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였다.

이날 오후 퀴어문화축제가 이어지는 동안 대한예수교장로회 한성총회는 축제 현장 바로 앞인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 또 다른 보수 개신교 단체 ‘거룩한방파제’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각각 축제에 대한 맞불 성격의 집회를 이어갔다.

‘거룩한방파제’ 집회에서 곽승현 목사(거룩한 광성교회 담임)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반하는 성 가치관 확산으로 우리 가정, 사회, 국가가 큰 혼란에 빠져있다”며 “세계 곳곳에선 퀴어축제를 하나의 국가적 차원의 축제로 유치하고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주여”를 외치거나 찬송가를 불렀다.

보수 기독교 단체 ‘거룩한방파제’가 14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서울퀴어축제 맞불집회 성격인 통합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장종우 기자

이들은 ‘인권’을 ‘기독교 교리’와 대비하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입장도 피력했다. 오정호 목사는 “인권을 빙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악법”이라며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 창조했다. 차별금지법에 언급된 ‘성적지향’이란 말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진혁 목사(마가의 다락방교회 담임)는 “많은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려 하는데, 이는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와 복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축제 현장 주변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한성총회 집회에선 보다 노골적으로 축제 참여자를 향한 욕설이 이어졌다. “동성애는 죄악” 등을 외치는 이들 사이에서 어린이들이 ‘동성애 싫어요’가 적힌 군복을 입고 찬송가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까지 보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노골적인 혐오 발언에 위협을 느끼거나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인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김아무개(33)씨는 “저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성소수자 입장에선 명백한 폭력”이라며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내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저들의 주장이 나를 공격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유아무개(27)도 “퀴어축제를 오면 혹시나 폭력을 당할까 봐 사람들과 꼭 붙어 다닌다”고 했다. 퀴어축제에 참여하던 길에 혐오 시위 장면을 맞닥뜨린 최미소(23)씨는 “연대와 사랑을 말하는 교회가 왜 성소수자는 포용하지 못하고 혐오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중구 남대문로와 종로구 우정국로 일대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 2025’를 열었다. 주최 쪽이 신고한 예상 참가 인원은 3만명이다. 조직위는 맞불 집회로 인한 돌발 상황 등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직위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가자의 안전”이라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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