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5월4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사면·복권을 주장하는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사법 거래 청구서”, “공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을 향한 노골적 사법 거래 청구서이자 사실상의 협박”이라며 “만약 이 대통령이 이화영을 사면한다면, 이는 불법 대북송금의 최종 책임자가 자신이었음을 자백하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이제 와서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명백한 신호”라며 “‘당신을 위해 저지른 일인데, 어찌 나를 외면하는가. 사면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식의 협박”이라고 했다. 이어 “유엔 대북제재 위반을 정부가 방조하는 셈이고, 국제사회에 ‘한국은 불법 대북송금에 눈감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 통합과 정의 실현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지 범죄 공범을 감추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라며 “이 대통령이 진정 떳떳하다면 측근의 사면 협박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 전 지사의 주장과 관련해 “이제 곧 전국 교도소에 백기(재소자가 없을 때 올리는 깃발)가 게양될 것 같다”며 “재소자 모두가 자신은 억울하다며 사면을 요구하고 나설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지사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야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뛰는 격으로 분별없이 덩달아 날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서슬 퍼런 공개 협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진실을 불어버리겠다는 취지의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과거 문재인 정권 탄생 이후 민노총이 ‘촛불 청구서’를 들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권을 쥐락펴락했듯, 이번에도 수많은 청구서와 협박문서가 날아들 것으로 예견된다”며 “조국, 이화영에 이어 송영길, 조금 지나면 김어준의 청구서가 날아들고, 어쩌면 성남파 이석기도 자신을 복권해달라 나설지도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서명 동참과 공유를 부탁드린다”며 ‘제헌절 국민통합 특별대사면복권’ 서명운동 페이지 링크를 공유했다.
대법원은 지난 5일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7년 8개월 등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그룹으로부터 3억3400여만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을 수수한 혐의, 2019년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