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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에도 쫀쫀한 주행감…속을 뻔했다, 콰트로인 줄
| 정우성

더 뉴 A5는 아우디가 54년간 내세운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을 충실히 구현한 모델이다. 정교하게 마감된 인테리어와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옵션)은 이러한 철학을 세심하게 반영한다.


‘이 차는 콰트로가 분명해.’

아우디가 만들어놓은 임시 트랙 위에서 몇번이나 가혹한 시험주행을 반복하면서 생각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핸들을 극단적으로 꺾어도 움직임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내 몸에 새겨진 빅데이터가 ‘이 차는 사륜구동’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아우디는 그들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콰트로’라고 부른다. 몇바퀴나 돌아본 뒤 출발지점에 돌아와 인스트럭터에게 물었다.

“움직임이 굉장한데요? 역시 콰트로죠?”

“…전륜구동입니다.”

“네?”

“저희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못 믿었어요. 콰트로 아니고 전륜구동 맞더라고요. 놀랐어요, 저도.”

원선회(원형 트랙을 일정 속도로 회전하는 주행), 슬라럼(차량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며 장애물 사이를 통과하는 주행), 짧은 가속 구간이 적절히 섞여 있는 간이 트랙을 신나게 달린 후였다. 아우디가 3분기 출시 예정인 더 뉴 아우디 A5와 S5를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고객과 저널리스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였다. 아우디는 이 행사를 위해 시승차 두 대를 독일에서 공수해왔다. 같은 날, 같은 차로 시승했던 베테랑 칼럼니스트도 감탄하며 말했다.

“완전 콰트로인 줄 알았어.”

적어도 15년 이상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시승하다 보면 사륜인지 전륜인지, 혹은 후륜인지 정도는 몸으로 알 수 있다. ‘엉덩이로 느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빅데이터에 수정이 필요한 시점 같았다. 아우디가 경험과 물리법칙을 기술로 극복해 더 진보한 감각을 완성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우디의 브랜드 슬로건은 ‘기술을 통한 진보’이다. 그 슬로건도 올해로 54년째다.

그렇다면 네 바퀴를 굴리는 것이 뭐가 그렇게 좋은가? 엔진이 연료를 태워 만든 힘을 앞바퀴로만 보내면 앞바퀴 굴림 혹은 전륜구동. 네 바퀴에 고루 보내면 사륜구동이다. 사륜구동이 한계를 넘나들며 움직일 때의 그 오묘하고 든든한 안정감이 있다. 앞바퀴 굴림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네 바퀴를 모두 굴릴 때의 쫀쫀한 느낌이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기차가 대세인 시대, 더 뉴 A5는 여전히 내연기관의 매력을 고수하는 이들을 위해 전략적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비포장도로 또는 험로를 주파할 때나 사륜구동이 중요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 역시 절반만 맞는 얘기다. 서울에 갑자기 폭설이 내렸을 때만 사륜구동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사륜구동의 안정감과 쫀쫀함은 그보다 훨씬 일상적이다. 저 멀리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가속하다 적절한 시점에 감속, 회전 후 다시 가속하는 그 평범한 움직임 속에서도 네 바퀴 굴림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확신한 것이었다. 아우디 더 뉴 A5를 타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가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았는데 그 느낌이 딱 콰트로 같았다. 그만큼 빠르고 쫀득하며 안정적이었다. 네 바퀴가 아스팔트와 찰지게 닿은 채 이 차체를 내가 원하는 방향과 각도로 정확히 보내주고 있었다. 그날의 기세와 속도였다면 앞바퀴가 선 바깥으로 밀려날 법도 했다.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서 전륜구동 자동차가 마찰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현상. 전문용어로는 ‘언더스티어(understeer)’라고 한다. 새로운 A5의 움직임에는 그럴 기미조차 없었다. 그 정도로 몰아세웠는데도 그토록 안정적인 움직임이라니. 오히려 조금 더 빨리 달려보라고 보채는 수준에 가까웠다. 잘 만든 차의 실력은 이럴 때 드러난다. 의외의 포인트에서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한다.

더 뉴 아우디 A5는 A4를 대체하는 세단이다. 새로운 이름에 걸맞은 포부를 담아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자동차의 뼈대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을 플랫폼이라고 한다. 엔진과 서스펜션 등의 핵심 부품들이 올려질 기본 골조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델들을 개발한다. 자동차 기사를 읽을 때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문장을 만났다면 바로 그런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뉴 아우디 A5의 기반이 된 플랫폼의 이름은 PPC(Premium Platform Combustion)이다. 미래는 전기차 일색이고 내연기관은 곧 종말을 맞이할 거라고 모두가 전망하는 이런 시점에 등장한 새로운 내연기관 플랫폼의 이름이다.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내연기관에 쓸 돈을 전기차에 투자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아우디는 한 번 더 혁신했다. PPC는 내연기관 생산을 종료하고 전기차만 생산하는 그 시점까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내연기관 기술을 한층 더 갈고닦은 결과다. 시대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자동차를 내놓을 거라는 아우디의 약속인 셈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더뎌진 시점, 여전히 내연기관을 사랑하는 고객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아우디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Mild Hybrid Electric Vehicle) 시스템으로 다시 한번 균형을 잡았다. 2.0ℓ 내연기관 엔진과 최대 18㎾(약 24마력)를 추가로 보태주는 전기모터를 조합한 것이다. 이번엔 전기모터의 역할이 한층 더 적극적이다. 저속주행 구간에서는 전기모터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 최신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고, 전기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영리하고 다양한 방법이기도 하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특히 멋진 효율을 보여줄 기술이다.

아우디가 내내 침묵하는 것처럼 느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디젤 게이트 이후의 행보에는 좀 답답한 경향이 있었다. 아우디를 사랑하던 사람들도 대안을 찾아 헤맸으니까. 하지만 BMW가 면도날 같은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어쩐지 갈팡질팡할 때도 아우디의 균형감각은 내내 놀라웠다. 그 와중에 출시했던 다양한 모델들에도 속속들이 혁신이 숨어 있었다.

자동차 업계 대세 떠오른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 기술 갈고닦은 ‘명가의 뚝심’

전륜구동 모델 탔는데도 밸런스 일품

새 플랫폼 ‘PPC’ 등 곳곳 혁신 돋보여


더 뉴 아우디 A5에는 지금까지의 우려와 답답함을 해소할 만한 잠재력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우디 특유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데도 충분히 미래적이다. 두 손으로 핸들을 돌릴 때의 무게감에는 편안하고 성숙한 절도가 있다. 좌우로 회전할 때의 감각도 매우 산뜻하다. 게다가 덴마크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을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아우디와 뱅앤올룹슨의 궁합은 여지없이 훌륭하고, 자동차야말로 이 시대 최적의 음악 감상 공간이 된다.

디자인은 깔끔하게 완결되어 있다. 충분히 수려하지만 화려하게 뽐내거나 과시하는 감각은 아니다. 꼭 필요한 선과 과하지 않은 면으로 거의 정답에 가까운 세단의 비율을 완성해냈다. 매일 보는데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미학이란 어떤 차원인지, 새로 출시하는 더 뉴 아우디 A5를 보면 알 수 있다. 실내에는 11.9인치, 14.5인치, 10.9인치 크기의 화면을 적절히 배치해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에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오락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계약은 지난 5월1일에 이미 시작했다. 출시는 3분기로 예정돼 있다. 한국에 출시하는 더 뉴 A5는 엔진의 형태와 디자인의 정도에 따라 여섯 가지 모델로 예정돼 있다. 일단 모두 콰트로로 출시한다. 앞바퀴 굴림을 가혹하게 테스트했을 때의 감각이 이 정도였는데 콰트로라면 또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호사스러울지. 6000만원 대에서 중형 세단을 구매할 예정이 있다면 일단 기다려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우디의 기세가 이미 심상치 않다.

▲정우성
유튜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파크’ 대표, 작가, 요가 수련자. 에세이집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 <단정한 실패> <산책하듯 가볍게>를 썼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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