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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출입문 위 '개정 중' 등이 켜졌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전직 군인 노상원·김용군 씨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9번째 공판입니다.

방청석에는 10명가량의 일반 방청객이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성별과 나이대, 옷차림은 각기 달랐습니다. 남색 정장 차림의 김 전 장관이 걸어들어오자 일부는 작은 목소리로 김 전 장관을 부르더니 주먹을 머리 위로 높게 들어올렸습니다. 김 전 장관도 밝은 표정으로 화답하듯 손짓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일주일 되던 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계엄 가담자 중 처음으로 구속됐습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약 2주 뒤인 27일,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구속 피고인의 1심 구속 기한은 최장 6개월. 오는 27일 이후로 김 전 장관은, 적어도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는 더는 구속 상태일 수 없습니다.




"보석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내란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김 전 장관의 보석을 검토 중입니다. 이르면 다음 주 초, 김 전 장관은 풀려납니다.

재판부가 김 전 장관의 석방을 원해서가 아닙니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가는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보석이 아닌,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면 김 전 장관은 아무런 제약 없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수십 년째 그대로인 '구속기간 1심 최장 6개월' 원칙.

사법부 일각에서도, 재판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중대 범죄 등에 한해 더 오래 구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래서 김 전 장관 같은 경우 재판부가 보석을 고려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법원은 보석에 주거 제한,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국외 여행 시 신고 등의 조건을 달 수 있습니다. 손목시계와 비슷하게 생긴, 전자장치 부착도 가능합니다.

지난 1월 암 투병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사건 관계인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2019년 항소심 재판 중 보석이 허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가택연금' 수준의 제한을 받았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주소를 옮길 수 없었고,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만나거나 연락하는 게 일체 금지됐습니다.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법정 찾은 지지자들 "이러니까 계엄 해"


보석은 각종 제한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 측에서 보석은 거부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2주 남짓 남은 구속 기간을 버티고, 그냥 풀려나겠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검사는 "석방되면 회유·압박, 또 출석 거부할 우려가 크다"며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접촉 방지가 부과되어야 하고, 접촉하면 피고인과 접촉인의 재구속까지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범죄 공모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검사가 걱정이 팔자"라고도 했습니다. "보석을 신청했다가 취하까지 했고, 김 전 장관의 뜻은 명확하다. 사령관들이 석방되기 전까지 본인은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월,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이 구속 수감된 계엄군 수뇌부에게 접근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찾아간 겁니다. 특히 '의원을 끌어내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양심선언 한 곽 전 사령관에게는 수차례 거절을 당하고도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죠.

김 전 장관 본인은 어떨까요? 윤 전 대통령처럼, 반성과 참회의 뜻을 단 한 번도 밝힌 적 없습니다. 수감 기간 내내 옥중 편지로 지지자들을 선동했습니다. 탄핵심판 기간엔 '문형배·이미선·정계선(재판관)을 처단하라'고 해 내란 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당한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12일 법정에 찾아온 김 전 장관 지지자들은 재판이 끝나고도 한동안 방청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지지합니다." "장관님 사랑합니다!" "이러니까 계엄을 하는 것이지." 등의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재구속 가능성은?


계엄에 관여한 전·현직 군인들이 줄줄이 법정에 불려 나오고 있습니다. 공범들 사이 입맞추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피고인들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와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보석 조건을 어겼다면 보석취소를 통한 재구속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이미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실효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석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보석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감치'가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석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해 뒀습니다. 지금 내란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감치 재판을 거쳐야 합니다. 한 번에 최장 20일씩이지만, 횟수는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구속 기간 반년 동안 검찰이 추가 혐의를 밝혀내 기소했다면 구속기한 연장도 가능했습니다. 먼저, 함께 재판받고 있는 '내란 비선' 노상원 씨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라고 적혀 있었죠. 계엄 수뇌부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의혹,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민간인인 노 씨가 비화폰을 가지고 있었던 점도 규명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뇌물 혐의 사건도, 검찰이 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상황입니다.

특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의혹들을 특검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김 전 장관의 석방은 법에 따라 예정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아직 한참 남은 내란 재판, 이제 곧 특검이 밝혀내야 할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생각해보면 재판부의 엄격한 보석 조건 제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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