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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인터뷰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대만 신주시 TSMC 본사에서 차로 13분 거리인 곳에 R&D 법인을 낸 에이직랜드와 이종민 대표. 사진출처=구글 지도

[서울경제]

지난달 26일 경기 광교의 에이직랜드 사옥. 한국 유일의 TSMC 공식 칩설계 파트너(VCA)인 에이직랜드의 이종민 대표를 만났다. 에이직랜드는 고객사가 원하는 칩을 대신 설계해 TSMC 반도체 공장에 생산을 넘기는 '디자인 하우스' 업체다.

지난해 하반기 회사는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시에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의 열악한 시스템 반도체 토양을 벗어나 'TSMC의 나라' 대만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만 사무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풍요로운 반도체 토양, 그와 대비되는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몸소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만 반도체 인력 1인당 연봉이요? 이미 우리나라 칩 인력보다 1.5배 이상 높은 걸요."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민 1인당 평균 소득은 3만 6000달러로 대만(3만 5000달러)보다 약 5% 더 높다.

그러나 반도체 씬에서는 완전히 얘기가 달라진다. 마치 한국이 K-팝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가진 것처럼,
대만은 발군의 시스템 반도체 실력으로 세계 IT 산업 무대를 뒤집으면서 관련 인력들이 ‘슈퍼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우리나라에선 '대만은 TSMC, 한국은 삼성'이라 두 나라 모두 반도체 최강국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몇 꺼풀만 벗겨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TSMC에서 파생돼 설계-제조-후공정으로 이어지는
비옥한 시스템 반도체 토양을 갖춘 대만.
△대기업 쏠림 △내수 부족 △인구 절벽 △정부 지원 부족이 맞물려 '카드 돌려막기'식 인력 땜질과 매출 부진에 앓고 있는 열악한 한국 칩 설계 시장과는 이미 차원이 다르다.



시스템 반도체 토양? 단연 압도적인 대만>한국





-대만 반도체 설계 시장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가?


한 수 위가 아니라 몇 스텝 더 앞서있다. 반도체 설계, 백엔드 분야에서 고급 인력들이 훨씬 많다. 8~9년 전에는 시스템 반도체 인건비가 우리의 60%였는데, 이제는 거의 1.5배 이상으로 올라갔다.

-인력들의 뛰어난 기술이 연봉에도 반영된 듯 하다. 그럼 인건비가 부담일 텐데 왜 대만에 사무소를 설립했나?


열악한 한국에서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칩 설계 회사가 몇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통상 200개 정도를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겨우 15개 내외다. 이 15개 고객사와 일하기 위해 국내 다수의 디자인 하우스가 수주 경쟁에 뛰어드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국내 설계 회사들이 유의미한 매출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설계 협업 계약을 체결해도 돈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칩 설계 개발 단가를 1만 달러 정도
받는다. 대만에선 높은 인건비와 반도체 붐 영향으로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싼 2만 5000~2만 8000달러 수준의 단가가 책정된다. 대만 사람들이 국내 단가를 보며 "왜 이렇게 싼 거냐"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반면
한국 칩 회사들은 열악한 경영 사정 때문에 1만 달러 단가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실정이다.


대만의 비옥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구조. 자료출처=tsia

세계 칩 설계(팹리스) 10개 기업 중 5위(미디어텍), 리얼텍(7위), 노바텍(8위)가 대만 기업입니다. 자료출처=트렌드포스


대만에는 유명한 미디어텍 뿐만 아니라 노바텍, 리얼텍 등이 수조 원대 매출, 3~5나노 최첨단 공정을 경험한 기업들이 즐비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을 넘어 대만으로 진출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기술적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대만족이다. 현재 대만 사무소에는 10명이 근무하고 있고 올해 1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들은 TSMC 최고의 설계 파트너로 알려진 G사·F사 등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던 베테랑들이다.

이미 대만 회사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는 분들인데 마지막 불꽃을 터뜨리기 위해 에이직랜드로 왔다. 이들이 오히려 대만 내에서 증시입성(IPO)을 추진하자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자신감이 넘쳐서 오히려 진정시켜야 할 정도다.

대만 특유의 빠르고 유연하고 근면한 것이 있다. 새벽 2시에도 일하면서 전화가 온다.

-이러다가 대만으로 본사 이전하는 것 아닌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에이직랜드는 한국 기업이다.(웃음)

-에이직랜드의 대만시장 진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하나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올해는 10개 대만 고객사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나노도 얘기되고 있지만 55나노, 65나노, 130나노 등의 공정을 활용하는 칩이다.

현실적으로 최근 구글 AI 칩 계약으로 화제가 된 미국 브로드컴 같은 회사 대비 에이직랜드의 규모는 비할 수 없이 작다. 장기적 관점으로 한 템포씩 갈 예정이다.

일단 대만에서는 중소 칩 설계 업체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GUC, 알칩 등 대만에 본사가 있는 VCA에 비해 나은 가격 경쟁력
과 유연성으로 고객사를 설득하고 있다.

-미국 고객 확보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대만에 R&D 거점을 만들었다. TSMC에 조언을 들은 것이 있다. GUC, 알칩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낮으니 '레벨 업'이 있어야 미국 진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납득할만 했다. 한국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서 과제·인력·첨단 공정 경험·패키징 인프라가 열악한 점을 미뤄보면 대만에서 기술을 섭렵하는 것이 맞다.



메모리는 독식이면서…메모리용 시스템 반도체는 中·대만 의존





-'본토'인 한국 칩 설계 업체들과도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대표적으로는 디아이오(The AIO)라는 회사와 협업 중이다. 모바일용 저가 메모리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000660)가 최상위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차순위에 있는 저사양 칩을 잘 파고든 것 같다.

프라임마스라는 회사와는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CXL 3.0' 메모리에 탑재될 컨트롤러
설계를 한다. 엔지니어 샘플 설계 작업을 끝냈고 양산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슈퍼게이트라는 고객사도 있다. 칩을 마치 타일처럼 만들어서, 한 기판 위에 여러 개 타일을 결합하는 칩렛(chiplet)의 일환이다. 슈퍼게이트는 arm 설계자산(IP)을 활용해 칩렛용 32코어 CPU 칩렛을 설계하는 과제를 하고 있다.

디노티시아는 거대언어모델(LLM)의 모델의 특정 연산 가속을 위한 반도체를 연구하는 기업인데, 그게 ‘벡터DB’용 칩인 VDPU다.

또 한국
빅테크의 HBM 관련 3나노 용역 과제에 대해서도 기술 셋업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D램 모듈. 사진제공=SK하이닉스


-메모리 쪽에 대한 과제가 많은 것 같다.


맞다. 메모리, 특히 스토리지(SSD) 쪽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장 잠재력이 상당히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금 메모리용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모순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PC에 장착하는 메모리 모듈을 보자. 당연히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이 모듈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는 9개가 있다. 그런데 이 칩 시장의 대다수 점유율은 대만·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모듈은 우리나라가 너무 잘 만드는 데 거기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는 국산이 아닌 대만·중국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당연히 1등을 해야 하고 당연히 잘 할 수 있는 분야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경쟁력 있는 제품군도 레거시(구형)라는 인식 때문에 정부 과제나 지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 3나노 이하의 AI 칩, 엔비디아 GPU 등에서 한국이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에 훌륭하게 갖춰진 메모리 인프라를 당장 멋지게 응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단 더 중요하다.

에이직랜드 광교 사옥. 사진제공=에이직랜드


-올해 실적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1분기 7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고객사 설계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이어지고 있고 대만 오피스 투자로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양산 물량이 많이 나오면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한국 팹리스들이 좋아야 에이직랜드도 좋아진다. 따라서 발전이 필요하지만 생태계가 열악한 이 분야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 칩 개발 특성상 의미있는 숫자는 4~5년 만에 나오지 않는다. 10년은 지원해야 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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