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주문이 많을수록 적자다"

배달 주문을 받는 음식점 사장님들의 말입니다. 취재하며 만난 사장님들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손님은 손님대로 음식 배달할 때 훨씬 많이 쓰거든요. '악' 소리가 날 정도 가격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쪽이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면… 손님은 더 많이 쓰는데, 식당은 덜 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기묘한 현상의 원인을 추적해 봅니다.

[연관 기사] ‘배달 상생’의 역설, 손님 더 쓰는데 식당 덜 벌었다 (6월 11일,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76714

■ 국밥값 12,900원 냈는데…식당 손엔 5,700원

서울 성북구에서 5년간 배달 음식점 운영 중인 하재웅 씨를 만났습니다. 한때 연 매출 10억 원을 넘겼던 배달 맛집이었습니다.


이제는 배달 장사를 접을까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매출은 갈수록 줄고, 인건비, 재룟값, 임대료 빼면 적자기 때문입니다.

하 씨가 공개한 정산 내용입니다.

국밥 1인분 12,900원짜리를 팔았네요. 하 씨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콩나물국밥 1인 세트라고 합니다.

그 아래로 6가지 항목이 줄줄이 공제되죠,

쭉 따라가니, 최종 정산 예정 금액 5,694원이 나왔네요.

비율로 환산하면, 100원짜리를 팔고 44원을 손에 쥔다는 얘기입니다.

1만 2,900원 콩나물국밥 판매 후 정산 금액

저도 가끔 배달 음식을 시킵니다. 수수료로 나가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하 씨는 "매출에서 기본적으로 식재료와 임대료 등의 고정비가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배달앱에서 40% 넘게 가져가면 적자"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식당이 이런 상황은 아니겠지만, 배달앱의 각종 수수료가 식당을 갈수록 힘들게 하는 건 분명합니다.

식당이 힘들어지면,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손님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 배달 상생, 중개 수수료 내렸는데…

사실 어제오늘 문제는 아닙니다. 배달앱의 수수료는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상생협의체를 꾸렸고, 지난해 11월 14일 상생안을 도출했습니다.

중개 수수료율을 최고 9.8%에서 7.8%로 2%P 낮췄습니다.

그런데도 식당들은 부담이 줄기는커녕 더 늘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개 수수료를 제외한 다른 비용 부담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콩나물국밥 정산 사례를 다시 보겠습니다.

플랫폼이 식당에서 떼가는 비용 중 중개 수수료는 빙산의 일각 수준입니다.

중개 수수료, 결제 수수료, 배달료, 광고·할인액 등 다양합니다.


지난해 11월 중개수수료를 내린 뒤, 배달 플랫폼들은 무료 배달 시 식당이 2,900원 내던 고정 배달료를 3,400원으로 올렸습니다.

지난달 하 씨는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 760만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실제 정산된 금액은 440만 원. 각종 수수료와 배달료 등으로 매출의 42% 정도를 배달 앱에서 가져간 겁니다.

1년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작년 5월에는 매출 1,600만 원 중 300만 원, 18% 정도를 차감하고 배달의 민족으로부터 정산을 받았습니다.

갈수록 배달 플랫폼이 떼가는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하 씨의 입장입니다.

경쟁이 격화되며 광고나 할인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협의' (공플협) 김준형 공동의장은 "배달의 민족의 경우 앱상에 상위 노출되는 가게 수를 3개에서 10개로 늘리면서 광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광고나 할인을 안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앱에서 가게 노출 빈도가 줄게 됩니다. 노출이 안 되는데 주문이 들어올 수 있을까요.

무료 배달 경쟁도 식당엔 반갑지 않은 현상입니다.

각 배달 플랫폼은 무료 배달을 내세우며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이 자체 배달을 하게 되면, 식당은 주문이 들어온 곳의 주소를 알 수도 없습니다.

배달 기사가 배정이 늦어져도, 바로 옆집에서 들어온 주문이라도 배달을 직접 할 수 없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야식 배달 식당을 운영하는 공플협 김준형 공동의장은 "가까운 동네나 한가할 때 들어온 주문의 경우는 예전에는 직접 오토바이로 배달도 가고 그랬다. 배달료를 이런 식으로 좀 줄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다 막혀버렸다."고 말했습니다.

■ 손님은 더 쓰는데, 식당은 덜 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명확히 잡힙니다.

배달 외식에 손님이 쓰는 지출과 식당이 버는 매출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주일 단위 속보성 지표를 보여주는 통계청 나우캐스트에서 배달 외식 지출과 매출 증감률을 살펴봤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위 그래프처럼 배달 외식 지출은 최근 1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52주 중 4주 정도를 빼고는 증감률이 모두 플러스(+)였습니다.

배달 빈도가 는 측면도 있지만, 음식값이 오른 영향이 더 클 거로 보입니다.

최근 식당들이 매장보다 배달 음식값을 올리는 '이중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달 배달 음식이 포함된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습니다. 전체 물가 상승률(1.9%)을 웃돕니다.

이번에는 배달 외식 매출의 증감률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마이너스(-)입니다. 1년 전보다 매출이 줄었단 의미입니다.

손님은 많이 쓰는데 식당 벌이는 전보다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배달 외식 매출로 잡히는 것은 각 매장이 판매한 음식 가격이 아니라 플랫폼이 각종 수수료 등을 빼고 매장에 정산한 금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배달 플랫폼이 중간에 끼면서 지출과 매출 간의 괴리가 생기고 있단 겁니다.

매출이 줄기 시작한 시점이 더 특이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입니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사이의 상생안이 마련된 때이기도 합니다.

공플협 김영명 공동의장은 "지난해 11월은 배달 플랫폼들의 자체 배달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시점"이라며 "이 무렵 광고 정책도 바뀌어서 광고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명 공동의장은 "플랫폼들은 상생안을 내놓겠다면서 중개 수수료율 조금 내리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익 늘릴 안을 다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수수료 상한제' 도입하면 해결될까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를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중개 수수료 하나 내리고 다른 비용 부담을 늘리는 '꼼수'를 못 부리게 중개, 배달 등 수수료 총액을 건당 배달 매출의 일정 비율 이하로 묶겠다는 겁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영업자 단체, 배달 플랫폼들이 구체적인 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 문제는 수수료율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KBS에 접수된 배달 관련 제보 전체를 분석해 봤습니다.

수수료나 가격에 대한 불만이 20%였는데, 배달앱 운영 방침에 대한 불만이 24%로 더 많았습니다.


운영 방침에 대한 불만? 뭘 말하는 걸까요?

KBS에 제보한 이종옥 씨를 만나봤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씨는 배달 기사의 오배송까지 음식점이 책임져야 하는 방침이 부당하다고 싸워오다, 이제는 아예 배달 주문을 안 받기로 했습니다.

이 씨는 "배달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 기사가 배정이 안 되면 조리도 시작도 못 하게 한다. 배달 플랫폼이 마치 나를 직원처럼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의사 전달을 해도 콜센터에서는 매번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하며 소통이 안 된다는 점에도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습니다.

공플협 김준형 공동의장은 "플랫폼이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서비스하라는 게 아니다. 기업도 수익 활동을 해야 하니 적정한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지배적 위치에서 갑자기 공지 하나 올리고 '우리는 광고를 이렇게 바꿀 거야' 혹은 '앞으로의 정책은 이렇게 바꿀 거야. 하기 싫으면 나가' 이런 정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171 이스라엘 공습에…이란 핵과학자 3명·군장성 2명 사망 추가확인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70 잇단 의혹 제기에 국민의힘 “김민석·이한주 거취 결단해야”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9 일정 끝나면 SNS 대국민 보고…이 대통령 소통 스타일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8 "문화부에 아이유·유재석, 여가부에 이준석"…국민추천제, 어땠나 보니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7 인천·김포 접경지에서 대북전단 풍선 신고 잇따라…경찰 “엄정 수사”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6 ‘이른 장마’ 온 제주 해수욕장서 중학생 숨져…부산도 집중호우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5 1176회 로또 1등 ‘7, 9, 11, 21, 30, 35’…당첨금 각 20억5217만원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4 부산, 6월 관측 사상 가장 강한 비…15일도 전국 비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3 국힘 원내대표 3파전…송언석·김성원 이어 이헌승 막판 출사표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2 조은석 내란특검 “검·경·정부청사에 사무실 마련 검토…보안 문제”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1 이 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정조준 “전 부처 처벌·방지 대책 찾아라”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60 공습에 보복 주고받은 이스라엘-이란, 장기화 가나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9 "푸시업 200개를 매일? 이게 된다고?"…92세 할머니의 놀라운 장수 비결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8 이스라엘 공습에 이란 핵 과학자·군 장성 사망자 더 늘었다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7 이란 보복에 이스라엘 피해 속출…美, 지상군·해군 투입 나섰다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6 145㎞ 직구에 헬멧 강타당한 NC 최정원, 병원 긴급 이송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5 [오늘의 와인] ‘천사의 날개’로 더 높이, 대담하게… 몬테스 윙스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4 미친 듯 유행 빠른 한국서…소금빵·베이글 살아남은 비결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3 이스라엘의 이란 급습 뒤엔…모사드 수년간 치밀한 준비(종합) new 랭크뉴스 2025.06.14
52152 [속보] 조은석 특검 “검·경·과천청사 대상 내란특검 사무실 확보 중” new 랭크뉴스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