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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안 유품정리사(우아한정리 대표)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다만 그 죽음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로, 알지 못했던 지병으로, 삶이 괴로워 스스로 생을 달리하는 죽음도 일생의 한 번이다.

어쩌면 순간 찾아오는 죽음에 우리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떠난다. 유품정리사는 이승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망자가 생전 사용했던 물건을 정리하는 직업이다.

1인가구의 증가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유품정리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 고인과 유족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까지 모색되면서 또 하나의 장례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기업 프로그램 개발자에서 아버지의 업(業)을 이어 청소도구를 쥐어 든 박주안 유품정리사 역시 특수청소(유품정리)의 비전을 보고 몇 해 전 뛰어들었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청소를 지향하는 박주안 우아한정리 대표를 만나 ‘특수청소의 세계’를 들어봤다.

박주안 유품정리사(우아한정리 대표)


유품정리사로 일 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올해로 4년 차입니다. 아버지께서 청소업을 오래 하셨어요. 혼자서 한 20년 정도 하시다가 몇 년 전 어머니께서 합류하고, 저와 동생이 코로나 시국이었던 2021년에 함께하면서 가족 회사로 운영하고 있어요.”

실제 유품 정리 현장에서 근무를 하신 건가요.

“그럼요.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처음 갔었는데, 이게 제 직업이 될 줄은 몰랐죠.(웃음) 당시에는 ‘유품정리’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의뢰인들도 유품정리라는 걸 굳이 밝히지 않고 의뢰를 하셨다가 물건을 하나 둘 정리를 할 때 곁에서 눈물을 훔치는 걸 보고 유품이라는 걸 아는 정도였어요.”

어린 나이였는데, 다른 이의 유품을 정리할 땐 어떤 기분이었나요.

“어떤 의미라기보다 일이 힘들다는 생각이 제일 컸죠 뭐.(웃음) 사실 멋모르는 나이여서 유족들이 우는 걸 당시엔 공감을 못했었어요. 특히 처음 일을 도울 땐 홀로 돌아가신 독거노인 유품 정리할 일이 많았는데, 냄새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유품 정리 작업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나요.

“무연고자일 경우에는 보통 집주인이 발견해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집에서 사람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지 않게 빨리 끝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시죠.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현장에는 냄새가 집안 곳곳에 배여 있어요. 그럼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버리고, 벽지, 장판 바닥을 다 뜯어낸 뒤에 오존기를 돌려 냄새 제거 작업을 거치죠. 그래도 냄새가 제거되지 않는 경우엔 시멘트 바닥을 그라인더로 갈아 제거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연고자일 경우에는 자살현장이 대부분이에요. 일로만 봤을 땐 고독사 현장보단 수월한 편이죠.”

범죄나 사건·사고에 연루된 경우 주검을 직접 마주하기도 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사건현장일 경우 경찰이 증거수집 등을 모두 끝내고 투입되기 때문에 마주할 일은 없습니다.”


"유족 대부분 비대면 유품정리 원해 청소 마무리 되면 사진 촬영해 유족에 전송···이사와 비슷, '천국으로의 이사로 불러"


유품 정리 시 유족들과 대면을 하나요.

“대부분 비대면을 원하세요. 그래서 작업이 끝나면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고 있어요. 다만 프라이빗 서비스를 원하실 경우, 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때는 고인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유품정리사들이 정장을 입고 투입되죠.”

소요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평균 6시간 정도 걸려요. 양이 많으면 더 오래 걸리기도 하죠. 그래도 하루 안에는 끝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용은 어느 정도 인가요.

“유품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요. 보통 1인 가구 기준으로 1톤(t) 트럭 3대 분량의 폐기물이 나오고, 인원도 3~4명이 투입돼야 하거든요. 트럭 한 대당 45만 원 정도로 계산됩니다. 유품이 많거나 공간이 넓으면 비용이 조금 더 높아지고요.”

이사비용과 비슷하네요.

“그래서 저희는 ‘천국으로의 이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웃음)”

기억에 남는 현장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반복되는 일이지만 현장을 갈 때마다 늘 가슴이 먹먹합니다. 특히 젊은 분들이 스스로 생을 달리한 현장은 더욱 그렇죠. 언젠가 유품을 정리하다가 하루하루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는 달력을 본 적 있어요. 하늘로 간 이후에도 뭘 해야 할 지 계획이 적혀 있는 걸 보고 ‘이 분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현장에 다녀오면 더 마음이 아프죠.”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겠군요.

“스스로 생을 달리한 분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누군가를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삶이라는 게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유품 정리사가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신체예요. 유품이라고 하지만 가구 같은 무거운 것들이 많아요. 건강하고 힘 좋은 분들이 유리하죠. 하나 더 꼽자면 멘탈과 비위가 강해야 해요. 고독사 현장은 생각보다 냄새가 역합니다. 우리가 평소 맡아보지 못한 냄새를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비위가 강해야 해요. 그리고 예전과 달리 이 업 자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서비스업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서비스마인드를 갖춰 놓으면 도움이 됩니다.”

월급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 6개월 정도 경력이 되는 분들은 평균 일당 25만 원 정도 받습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이에요. 이 일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프리랜서예요. 한 1~2년 일을 배우고 1인 창업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유품 정리에도 성·비수기가 있나요.

“보통 유품 정리는 겨울이 성수기예요. 유족들이 상을 치르고 어느 정도 물건을 정리한 후 겨울쯤 의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반면, 고독사는 따뜻해지면 의뢰가 늘어납니다. 겨울엔 돌아가셔도 추워서 냄새가 잘 안 나거든요. 그래서 간혹 겨울에 돌아가셨는데, 여름에 발견돼 의뢰하는 분들도 있어요.”

아버지의 업을 잇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삼성전자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근무했었어요. 회사를 그만둔다고 상사한테 말하니 당시 가장 잘 나가던 ‘네카쿠배라(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라인) 가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청소하러 간다고 말씀드리니 그게 뭐냐며 굉장히 생소해 하셨어요.(웃음)”

"아버지의 업이던 청소 이어받기 위해 삼성전자 개발자 직 그만두고 합류···디지털 추모관 등 사업 확장 계획"

당시 개발자 몸값이 하늘을 찌르고 있던 시기였는데, 사표를 내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2021년 10월이었으니 개발자 몸값이 한창 뛰던 시기였죠.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해오시던 이 일이 더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홀로 생을 마감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례문화 속에 유품정리라는 카테고리가 들어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20년 뒤에는 이 시장의 규모도 지금보다 더 커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막연히 망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서비스로 안착될 수 있다는 얘기군요.

“그래서 ‘디지털 추모관’을 준비 중이에요. 고인의 유품과 흔적들을 사진으로 남겨서 언제든지 유족들이 볼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일종의 ‘천국인스타그램’같은 걸 만들어 고인이 생각날 때 언제든지 추억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죠.”

개발자로 근무할 때와 현재 연봉 비교를 해보면 차이가 있나요.

“가족회사라 월급을 받진 않지만 순 회사 이익만 비교해보면 40~5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작년 기준 매출이 50억 원 정도였는데, 올해 150억 원까지 예상하고 있어요.”

수입으로만 봐도 전직은 잘한 선택이군요.

“아무래도 직장생활 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되죠. 월급쟁이였을 땐 후배들 밥 사줄 때도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눈치 안 보고 사줄 정돈 됩니다.(웃음)”

유품 정리사만의 직업병이 있나요.

“청소를 업으로 삼은 이후부터 집에 있는 물건을 잘 안 버리게 돼요. 현장에서 에너지를 다 써서 그런지 집 청소를 할 여력이 없기도 하고, 청소가 일 같아서 하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좀 지저분합니다.(웃음)”

향후 유품 정리사의 역할을 AI(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겠군요. 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정리와 청소라는 게 물건을 직접 꺼내 정리를 하는 일이잖아요. 사람과 같은 피지컬 로봇이 좁은 공간에 들어와 작업을 한다는 건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사회적으로 더욱 필요하고 가치 있는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서범세 기자]
[김서진 대학생 기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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