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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6월 둘째 주 내란 재판]
9일 윤석열 ‘국회 계엄해제 방해’ 재판
10일 여인형 ‘정치인 체포조’ 재판
12일 김용현 등 ‘계엄 모의’ 재판
이상현 전 육군 특전사 1공수여단장이 지난해 12월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성동훈 기자


“상부와 회의하고 있는데, 대통령님이 도끼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래.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

지난해 12월4일 오전 12시50분쯤, 이상현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군사상황’인 줄로만 알고 국회에 출동한 이 준장은 ‘대통령님’이란 단어가 나오자 상황을 다시 돌이켜봤다. 길거리의 시민을 보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이건 소요사태가 아니고, 도발도 아니고, 우리(군인)가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반 년이 넘은 지난 9일, 이 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6차 공판 증인으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준장 기억의 왜곡 가능성을 물고 늘어졌다. 그때마다 이 전 준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들은 말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반복해 말했다.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하기 전 곽 전 사령관이 2~3초 머뭇거렸던 점도 계속 똑같이 설명했다.

‘대통령님’ ‘도끼’ ‘전기’ 이 준장은 세 단어를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에게 도끼가 없었기 때문에 (곽 전 사령관이) 도끼 얘기를 했을 때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해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준장이 국회에 도착한 김형기 1공수 1특전대대장(중령)에게 지시를 내릴 때 왜 ‘도끼’는 언급하지 않았냐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는 “과격한 용어라 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기를 끊는 게 무슨 의미지? 어떤 상황이지?’ ‘전기를 어떻게 끊지?’ 등 혼란스러웠던 심경도 떠올렸다. 이 준장은 “사령관 목소리까지도 기억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불법계엄 해제 이후 이 준장은 수첩에 ‘사령관님 전화 수신. VIP 지시로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 해산시킬 것’이라고 적었다. VIP, 즉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점은 글로도 남아 있었다. 이 준장은 “기억이 사라지기 전 사실관계를 정리하려고” 수첩에 메모를 작성했다고 했다. 누군가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일반 업무수첩이 아닌 “쉽게 뜯기지 않는 수첩”을 마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첩 속 내용이 몇 차례 수정된 점을 의심했다. 이 준장은 “이번 일은 나한테도 혼란스러워서 기억 일부에 약간 오류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물들지 않고 사실관계 바로잡으려고 했고, 부하들에게도 수사기관에 가서 정직하게 진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49일 만에 입 연 윤석열···변호인단은 “증인 폄하” 지적당해

그런데 재판을 지켜보던 윤 전 대통령이 불쑥 “제가 증인한테 질문할 건 아니고요”라면서 입을 뗐다. 그가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발언한 지 49일 만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상부와 화상회의 중에 특전사령관이 이런저런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며 곽 전 사령관이 화상회의 도중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군에서 상부란 건 합참과 참모본부, 국방부까지”이고, 곽 전 사령관이 말한 ‘상부회의’에서 ‘대통령’ 지시가 나올 수 없다며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을 듣다 보니 재판관들도 현실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자신이 꾸준히 출석했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준장을 과도하게 압박해 재판부로부터 지적당하기도 했다. 이 준장에게 소위 ‘줄탄핵’에 대해 “군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거나, “가까운 지인이 정치인과 소통하는 게 맞나” “민주당과 관련 없나” “반란군이라는 국민의 손가락질 보고 자괴감을 느낀 건 맞나”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모욕주기 방식이라 경고해야 한다”고 제지했고, 지귀연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증인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을 굉장히 폄하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을 점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 전 대통령 재판 다음 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는 ‘체포조 명단’이 실제 있었으며, 구금 지시까지 내려왔단 증언이 재차 나왔다. 김대우 전 방첩사령부 수사단장(준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불러준 뒤 “잡아서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이송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 준장은 이 같은 지시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당시 상황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고, 전 언론 매체에서 계엄 선포가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명단이 하달됐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 9차 공판에서는 김 전 장관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보직 유임 지시를 내렸단 진술이 새로 나왔다. 김 전 장관 취임 당시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해임 검토 대상이었는데, 김 전 장관이 취임 1~2주 뒤 유임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 같은 지시가 “이례적이고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오후에 이뤄진 이른바 ‘햄버거 회동’에 참여하고, 그날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인물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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