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폭탄 9기 만들 우라늄 농축"
헤즈볼라 무력화·시리아 정권 붕괴로
이란 역내 세력 전례 없이 약해진 기회
이란 소방대원들이 13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테헤란 북부 지역에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을 급습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이 임박했다고 보고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①이란이 자국을 공격할 것으로 예측해 '방어를 위한 선제공격'에 나섰단 것이다. ②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이 힘을 잃은 데다, ③이란의 보복 공격에 비교적 손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도 선제공격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며 "이란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선제공격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공습 이유를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적이 우리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때는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다음 세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이 적극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폭탄 9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의 우라늄을 농축했고, 최근 몇 달간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언제 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앙숙 관계다.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어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는이란 대리 세력으로 평가된다. 2018년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최대 위협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란, 이란 또 이란이다"라고 답할 정도다. 이스라엘이 직면한 대부분의 위협 세력을 이란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이란 비핵화는 이스라엘의 숙원이었다.
범이란 세력의 전력이 최근 전례 없이 약화된 점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결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끈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해 9월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했고, 같은 해 12월 시리아의 친이란 독재정부도 무너졌다. 가자 전쟁으로 하마스 지도부도 잇따라 목숨을 잃었고, 후티 반군도 미국의 대규모 공습을 받고 있다.
뻔히 예상되는 이란의 보복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자신감도 감지된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이란은 처음으로 서로의 본토를 때리는 전면전을 벌였는데,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으로 이란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반면 이란은 지난 10월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방공망이 약화됐다는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평가가 있었다.
이날 공습에서 주요 타깃이 된 나탄즈는 고농축 우라늄이 생산되는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다. 이란 국영TV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여러 차례 공격받았다고 보도하며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 당국과 방사능 수치에 대해 접촉 중이며, 현지 주재 사찰단과도 연락하는 등 이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박지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