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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금이 유로를 제치고, 달러에 이어 중앙은행 준비 자산 세계 2위에 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금괴는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준비 자산 중 약 20%를 차지했다. 미국 달러(46%)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비중으로, 유로화(16%)를 넘어섰다. 2023년엔 금과 유로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약 16.5%로 비슷했다.

한국표준금거래소 양주공장에서 작업자가 연마 작업을 위해 금 상품을 옮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CB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했다. 전 세계 연간 금 생산량의 5분의 1에 달한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차 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금본위 통화체제) 수준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3만6000t에 달하는데, 1965년 기록한 최고치(3만8000t)에 근접했다.

지난해 세계금협회(WGC)가 60개 중앙은행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금 보유 이유로 인플레이션 방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뿐 아니라 지정학ㆍ정치적 리스크 등이 꼽혔다. 특히 중앙은행 4곳 중 1곳은 금 비중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제재에 대한 우려’나 ‘국제 통화 시스템 변화 예상’을 언급했다. ECB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통화 준비금으로 금 수요가 급증했다”며 “금 매수는 금융 자산 동결 등 제재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계금협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금을 구매한 나라는 폴란드였고 터키·인도·중국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값은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지난해 30%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29% 더 올랐다. 지난 4월엔 트로이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중동 위기 등으로 달러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블룸버그ㆍ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금값은 13일에도 최대 1.4% 상승해, 34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금뿐 아니라 은과 백금의 가격도 따라 오르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두 귀금속 모두 10% 이상 값이 상승했다. 은 가격은 13년 만에, 백금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MKS 팜프의 애널리스트 니키 쉴스는 “금은 지난 2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올랐고, (시장에서)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은 한 통화에서 다른 통화로 옮겨가는 과정에 주로 쓰이는 ‘포털 자산’으로 간주된다. 준비 자산으로는 한계가 여전하다. FT는 “가격이 왜 움직이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관리가 어려운 자산”이라며 “달러 약세로 준비금이 이동한다면 유로화가 더 자연스러운 목적지”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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