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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란 핵시설 공습]
■전면전 확산 우려
이, 연막작전으로 선제공습 나서
핵기술·공격력 약화 초점 맞춘듯
美 "단독공격···관여 안했다"지만
'트럼프 미리 알았다' 방관 논란도
한 소방대원이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주거용 건물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핵 위협’을 명분으로 이란 핵 시설과 군 수뇌부를 노린 선제 공습에 나서면서 양국이 전면전에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능력 약화에 이번 공습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습 목표 가운데 한 곳인 중부 나탄즈는 이란이 최근 3년 동안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 대부분을 생산했던 곳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또 다른 주요 우라늄 농축 시설인 포르도 역시 공습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과학자 최소 6명과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과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제거’한 것도 이란의 핵 기술력을 후퇴시키고 핵 반격을 이끌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약화하려는 시도라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로 이란의 핵 능력은 위협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 공습 직전인 전날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 사찰과 검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IAEA가 이런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핵 위기가 고조됐던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란 측은 IAEA의 결의가 정치적이라고 반발하며 신규 핵물질 농축시설 건설을 예고하는 등 핵 협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이런 상황을 역이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이란의 허를 찔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폭격 훈련을 반복해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은 만큼 핵 시설 공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 협상이 잡혀 있는 이달 15일까지는 이스라엘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공습이 있기 불과 몇 시간 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지만 임박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주말 휴가 계획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며 ‘연막 작전’을 폈다.

미국은 공습 이후 즉각 이스라엘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에는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전에 알았다”면서도 “우리는 이란이 (핵)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뒤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단독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자신들에 우호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 역시 중동 분쟁을 활용해 자신의 정치 생명력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방관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네타냐후의 독자 행동에 트럼프 행정부도 난감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NN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고 짚었다. 루비오 국무장관 성명에서도 동맹국 이스라엘에 대한 방어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경고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가운데 이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은 드론 100여 대를 이스라엘 쪽으로 출격시켰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방대한 무인항공기(UAV)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폭 드론을 포함해 미사일과 폭탄을 탑재한 정밀 타격용 무장 드론 등 약 3000대 이상의 UAV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자폭 드론인 샤헤드-136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습에 활용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이 쏟아졌지만 ‘온도’는 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이번 이스라엘 공습이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며 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형제국인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노골적인 이스라엘의 침략행위를 규탄하고 비난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고 명백히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서방 측에서는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공습은) 이스라엘의 단독 행동이므로 미국을 포함한 동맹이 긴장 완화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에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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