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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지수 97.92···2022년 3월 이후 최저
상호관세 발표 이후 美경제·제도 신뢰 약화
美, 일방 관세·오커스탈퇴 예고에 추가 하락
‘대미 투자 감소→달러 하락→증시 하락’ 우려
외국인 투자자 ‘보복세’ 등 달러 하락 요인 곳곳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 뜰에서 산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및 대외 정책, 감세안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 시간) 유로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92를 기록했다. 장중 97.60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서만 9.8% 하락했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둔 올 1월 13일 109.96까지 치솟으며 ‘킹달러’의 재연을 예고했지만 4월 초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며 이날 98선이 무너졌다. 미국 경제 매체 배런스는 “이 같은 하락 속도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면 달러 가치는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달러 가치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을 몰아붙일 것이라는 엄포가 트리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2주 안에 각국에 (관세율 등을 명시한) 서한을 보내 수용하든지 거부하든지 선택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MUFG의 분석가인 데릭 할페니는 “트럼프의 발언은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인 점도 달러에 부담을 줬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전월 대비 0.1% 늘면서 예상치를 하회했다. 동시에 미국의 2주 연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195만 6000건)는 2021년 11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은 모두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면 통상 해외투자가에게 투자 매력도가 낮아져 통화 가치에 하락 압력을 주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호주와의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보도 역시 달러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도이체방크의 외환연구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지정학적 동맹이 약해지면서 미국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호주의 투자자들은 이미 이날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동맹국을 상대로 고강도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달러가 약세를 보인 점과 현 상황이 맥이 닿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당시 미국의 제도와 경제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자산 투자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는 두 달가량 이어진 달러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 들어 3.01% 상승했지만 유럽의 유로스톡스50지수는 같은 기간 9.01% 올랐다. 최근 월가의 큰손인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앞으로 10년간 각각 유럽과 독일에 5000억 달러, 10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블랙스톤은 20~30% 수준이던 유럽 투자 비중을 올해 60%로 늘릴 예정이다.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 증시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나온다. 해외투자가 입장에서는 지수가 올라도 환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케이티 마틴은 “미국 증시는 연초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달러 기준일 뿐 유로로 환산하면 여전히 7% 이상 하락한 상태”라며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미국 예외주의’의 부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해외투자가들이 자국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과 동맹국의 안보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투자 유입 감소와 달러 하락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논의되는 트럼프 감세 법안 내 해외투자가에 대한 ‘보복세’ 도입이 현실화하면 이 같은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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