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심야에 내란(조은석)·김건희(민중기)·순직해병(이명현) 특검을 지명하고, 이를 더불어민주당이 알리면서 여권에 소란이 일었다. 한밤중에 특검 지명 소식이 알려진 데다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아닌 여당인 민주당에서 공식 공지를 했다는 게 다소 낯선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밤 11시 9분 윤석열 정부의 내란 관련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김건희 특검으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순직해병 특검으론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발탁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3개 특검 후보자 6명을 이날 오후 3시 즈음 이 대통령에게 추천한 지 불과 8시간 만이었다.
민주당 공지는 이보다 더 늦은 밤 11시 58분이었다. “오후 11시 9분자로 대통령실로부터 3대 특검 지명 통보를 접수했다”며 3명의 이름만 짧게 공지했다. 이 때문에 이 공지가 맞는 내용인지 부랴부랴 대통령실에 문의하는 등 심야에 소동이 벌어졌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은 대통령실을 통해 임명 사실이 공지됐던 까닭이다.
대통령실은 한 발 늦은 13일 오전 특검 임명 소식을 발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각 특검법의 성격과 수사의 독립성·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이루어졌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이 먼저 발표하게 된 것은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즉시 원내지도부에 통보가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옥 기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신속한 임명이 “증거 인멸의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오전 KBS 라디오에서 “특검법상 4일 안에 임명이 가능하지만, 관련 수사가 적체돼 있고 증거 인멸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특검을) 출범시켜야 했다”며 “어차피 사무실을 꾸리고 수사 준비를 하려면 20일 정도를 써야 하기 때문에, 7월 중순 이후에나 본격 수사가 시작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2018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조사할 특별검사로 허익범 변호사를 임명 시한 마지막 날에 임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여당(민주당)은 추천 권한이 없었고, 허 변호사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등 야당이 추천한 인사였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부 출범 전부터 이미 다 내정된 상태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특검을 추진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내정된 상태였다. 굳이 임명을 미룰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대놓고 민주당 몫으로만 임명 할 순 없으니, 조국혁신당과도 사전에 협의 및 배분을 하고 추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심야 특검 발표는 화제가 됐다. 의원들 사이에선 “왜 당이 먼저 발표한 것인지 경위를 전혀 모르겠다”(중진 의원)거나 “대통령이 밤 늦게부터 새벽에도 업무를 보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아니겠느냐”(지도부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13일 임기가 만료되는 원내지도부가 특검 출범을 본인들의 마지막 성과로 가져가려고 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법사위 관계자)는 얘기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언석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 현안이 많을 텐데도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내용의 특검을 임명하는 일이 왜 그렇게 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밤중 임명이란 것은 정치 보복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김재섭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허니문 기간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지켜야 될 금도가 있는 것”이라며 “진짜로 국민의힘을 없애서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현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