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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韓 진출… 지난해 8월까지 6개 매장 잇달아 출점
‘기업회생’ 홈플러스 입점 매장 4곳… 연쇄 작용 배제 못해
일각에선 韓 시장 철수 가능성도 제기
니토리코리아 측 “폐업 사유 등 공식 입장 없다”

일본 최대 가구·홈퍼니싱(집 꾸미기) 소매 기업 ‘니토리’ 국내 3호점이 폐업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지난 4월 이마트 하월곡점에 낸 국내 1호점이 영업을 종료한 지 2개월 만이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징성이 큰 1호점을 폐업하고 몇 달 만에 또 다른 국내 매장을 폐업하는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니토리가 국내 시장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2일 홈플러스 서울 가양점 내 입점했던 니토리 매장이 영업 종료된 채 가려져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해당 니토리 매장은 지난 5월 31일까지 운영한 뒤 폐업했다. /민영빈 기자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 서울 가양점 지하 1층에 있었던 니토리 매장 자리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가림막엔 ‘니토리 영업종료’라는 문구와 함께 신규 입점 준비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매대에 진열됐던 니토리 제품들은 전부 빠진 상태다. 홈플러스 직원 김 모(47)씨는 “5월 31일까지 영업하고 그 이후부터 저 상태”라며 “일본 최고 가구업체라고 들었는데, 처음 개장했을 때 빼곤 찾는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고 했다.

니토리는 일본의 중저가 가구 브랜드다. 1967년 가구 전문점으로 시작해 일상용품·잡화 등 상품군을 확대했다. 국내에서는 매트리스, 소파, 수납장 등 중소형 가구와 리빙·인테리어 제품 8000여 개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제품 기획·제조·물류·판매 등을 통합 관리하는 SPA(제조 생산 일괄화) 방식을 적용해 합리적인 가격과 폭넓은 상품군을 선보이면서 ‘일본판 이케아’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니토리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지난 2023년 11월 이마트 하월곡점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서다. 이후 니토리는 지난해 8월까지 연달아 5개 매장을 여는 등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2월 타케다 마사노리 니토리코리아 회장은 “니토리는 2032년까지 해외 매장을 20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인데, 그중에서도 서울은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하는 곳”이라며 10년 내 한국에 200개 점포 출점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니토리는 당시 6개 매장 모두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숍인숍(Shop in shop)’ 점포로 운영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처럼 단독 창고 매장을 내는 것보다 수도권 지역 주요 대형마트에 입점해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내세운 출점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니토리는 아무 곳에도 입점하지 않고 있다.

현재 니토리는 국내 매장의 매출 추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니토리코리아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마트 하월곡점과 홈플러스 가양점 내 니토리 매장이 문을 닫은 건 맞는다”면서도 “폐업 이유 등 공식적으로 밝힐 얘기는 없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업계에서는 1호점 영업 운영 종료 후 3개월 만에 3호점을 잇달아 폐업한 건 입점 중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여파를 받은 것으로 본다. 니토리가 입점한 대형마트 6곳 중 4곳은 홈플러스였던 만큼,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그간의 실적 악화가 쌓인 결과”라며 “그만큼 홈플러스 매장을 찾거나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는 말인데, 니토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더 드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연쇄 작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구·주방용품 등도 온라인에서 쉽게 살 수 있으니까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오는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매출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까지 밟자, 향후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생각에 일부라도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니토리 측에서 미리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 기업회생 이전에 이미 협의된 사안으로 니토리 매장 영업 종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니토리 출점 전략 변경에 따라 5월 말 영업을 종료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황 자체가 부진한 것과 별개로, 니토리의 한국 시장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통한 접근성 전략을 추구했지만, 배송과 물류 시스템이 한국 사회와 동떨어진 부분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송까지 한 달에서 6주가 걸리는 것”이라며 “대형마트를 통해 접근성을 높인 건 좋지만,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니토리 측에서 내부적으로 매장 매출·영업이익 등을 따져봤을 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서 매장 수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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