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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벗’ 바다거북 단행본 발간
코로나19로 해변이 폐쇄된 2020년 3월 인도 루시쿨야 해안에 올리브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산란하기 위해 올라와 있다. 제주자연의벗이 발간한 '좌초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제주 바다의 바다거북'에서 발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3월, 길이 6㎞의 인도 루시쿨야 해변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됐다. 그런데 이달 22일 새벽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부터 5일간 약 80만 마리의 올리브바다거북이 해변에 올라와 알을 낳은 것이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던 2002년·2007년·2016년에는 알을 낳으러 오지 않았다. 오더라도 이렇게 많은 수가 아니었다. 해변은 인간만의 삶의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제주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이 바다거북의 죽음과 해안 환경문제를 다룬 단행본(‘좌초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제주 바다의 바다거북’)을 발간했다. 총 110쪽 분량의 책자에는 바다거북의 좌초 원인과 현황, 정책 대안, 국내외 사례, 바다거북의 생태와 제주에서 바다거북을 볼 수 있는 장소 등 바다거북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실렸다.

“바다거북은 해양 환경문제의 거울”
지난 2020년 6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그물에 걸린 채 발견된 붉은바다거북의 모습.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김병엽 교수 제공

제주자연의벗이 해양의 많은 생물 중 바다거북에 주목한 것은 바다거북이 해안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종이기 때문이다. 실제 바다거북은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기후 위기, 해안 개발, 혼획, 인공조명 등에 의해 가장 민감하게 피해를 받고 있다.

책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제주 해안에서는 매해 평균 30마리 이상의 바다거북이 좌초되고 있다. 낚싯줄, 폐그물처럼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걸리거나 먹고 폐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 해안에 좌초한 바다거북은 제주 근해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죽어 떠밀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부검해보면 소화기관에서 먹이를 섭취한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먹이활동 중 죽었거나, 폐사 직전까지 먹고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제주대학교 해양과학과 김병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제주 주변 수역에서 2021~2024년 좌초·혼획·방류된 바다거북은 총 158마리인데, 이 기간 좌초된 바다거북 중 20% 이상이 몸에 폐어구가 걸려 있었다.

이들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
서귀포시 섶섬 수중에서 어류와 함께 유영하는 푸른바다거북의 모습. 해양시민과학조사단 촬영.

책에 따르면 지구에 사는 거북은 360여종이다. 사는 곳에서 따라 육지거북, 늪거북, 바다거북으로 나뉜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거북이는 육지거북이고, 전래동화 ‘토끼전’에 나오는 남해용왕의 사신은 바다거북이다. 등딱지가 있는 것은 세 종류 모두 동일하지만, 다리 모양과 등딱지 모양은 각각 다르게 생겼다.

육지거북이나 늪거북은 적을 만나면 몸을 등딱지 안으로 숨길 수 있고, 바다거북은 그럴 수 없다. 바다거북의 다리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노 젓기 좋게 생겼다. 그래서 바다거북은 육지에서는 매우 느리지만, 물속에서는 100m를 단 12초에 주파한다. 360여종의 거북이 중 바다거북은 7종 뿐이다. 장수거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 산다.

바다거북은 모래 해안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나면 곧바로 바다로 나아가 보통 수천㎞를 이동하며 큰 바다를 누빈다. 그런데 바다거북이 태어나는 모래 해안은 인간이 살고 있는 곳 중에서도 가장 개발이 많이 된 곳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바다거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바다거북 7종 모두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제주에서는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이 가장 많이 보인다.

제주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장수거북은 오래 살아서 장수거북이 아니라, 장군처럼 몸집이 크다는 의미다. 평균 체중 300㎏으로 지구상 거북 중 가장 크다.

바다거북은 밀물 때에도 바닷물에 젖지 않는 해안 지역에 알을 낳는다. 알이 바닷물에 젖으면 죽기 때문이다. 호주 연구팀이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섬 해변에서 번식하는 바다거북 33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조사한 결과 바다거북은 8000㎞를 이동해 태어난 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데 그 과정에서 목표지점으로부터 수백㎞ 벗어난 곳으로 헤엄치고, 엉뚱한 섬에 닿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힘들게 돌아온 고향, 하지만
제주도 내 바다거북 주요 출몰 지역. '좌초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제주 바다의 바다거북'에서 이미지 발췌.

제주 해안은 바다거북의 산란지다.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 1998년부터 2007년까지 4차례 이상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됐다. 바다거북은 자기가 태어난 모래 해안을 기억하기 때문에 알을 낳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2007년 이후 지난 18년간 붉은바다거북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제주자연의벗 관계자는 “이것은 중문색달해수욕장의 산란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나타낸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이들이 다시 알을 낳으러 올 확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호주 해변에서 산란한 바다거북 새끼 대부분은 암컷이다. 바다거북의 알은 모래 해변의 온도가 높으면 암컷으로 부화하고 낮으면 수컷으로 부화하는데, 암컷이 많아졌다는 것은 해변의 온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암컷이 많아질 경우 짝짓기가 힘들어져 멸종이 가속화될 수 있다.

해수면 상승도 바다거북의 산란을 방해하는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위협 요인이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바다거북의 둥지가 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국내에서도 해안사구 개발이 가장 활발하고, 여러 연구에서 해수면 상승 폭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붉은바다거북이 산란했던 제주 중문색달해수욕장의 해저 지형. 붉은바다거북이 이곳 해변에 알을 낳은 이유로 태평양과 직결되는 위치, 수중에 바위가 적어 이동에 장애가 적은 점, 수심이 바로 깊어져 빨리 알을 낳고 바다로 가는데 도움이 되는 점, 적정한 모래 온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과학시민조사단 촬영

책은 바다거북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해양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이것을 도 전역에 분산 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양 생태교육 확대, 해경과 제주도 해양부서, 치료기관 간 더 적극적인 보전 조치 등도 뒤따라야 한다.

제주자연의벗 관계자는 “바다거북의 좌초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많은 도민과 해법을 함께 찾기 위해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살아있는 바다거북이 해안에 좌초한 것을 목격했을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함부로 만지지 말고, 해경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책에 실린 내용은 제주자연의벗과 시민 다이버단체인 해양시민과학조사단의 공동 조사 결과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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