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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 해고·국내 자산 매각에 노사 갈등
“노조 강경 조치 땐 韓 철수 빌미 줄수도”

제너럴모터스(GM) 한국 사업장(한국GM)이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GM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압박이 한국 철수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임금 협상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지급 등이 담겼다. 노조의 요구대로 협상이 타결되면 1인당 평균 성과급과 격려금 합산액은 630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29일 한국GM 임금 협상을 위한 상견례에 나선 노조 집행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제공

한국GM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한국GM이 지난해 1조36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개선에 성공한 점을 근거로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미국의 고율 관세로 올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긴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GM은 사실상 GM의 하청 생산 기지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s Utility Vehicle)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GM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GM 노사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한국GM은 첫 교섭이 예정됐던 지난달 28일 전국 9곳의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 공장의 유휴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노조는 임금 협상을 앞두고 철수 가능성을 내비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GM은 지난 11일에는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부장은 지난 2020년 한국GM이 노조와의 협의 없이 부평 공장의 생산 대수를 늘리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임원실의 집기를 파손해 징계 조치를 받았다. 그는 이후 징계 무효 소송을 냈지만, 지난 2월 최종 패소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한국GM은 노사 파트너로서 안 지부장의 지위를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해고 통보를 한 것은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집행부가 철야 농성에 돌입했으며, 17일에는 부평 공장에서 전체 조합원의 전진 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18일부터 이틀간 쟁의 활동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노사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라 노조가 파업 등 강경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움직임이 GM 본사에 한국 철수의 빌미를 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노조는 당시 한국GM을 이끌던 카허 카젬 전 사장이 성과급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통보하자, 사장실을 점거하고 집기를 파손한 바 있다. 이에 GM 본사는 노조를 비판하며 두 달여간 한국 출장을 제한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 202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 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파행적 노사 관계와 노동계에 편중돼 있는 정책이 외국 기업의 장기적인 한국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2월 한국GM 노조원들이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관에 있는 사장실에 들어와 의자를 던지는 모습이 사무실 내 CCTV에 촬영됐다. 앞서 이들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자금난으로 성과급을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오전 10시쯤 사장실로 찾아와 카젬 사장에게 항의한 뒤 나갔다가 곧 다시 돌아와 사장실을 점거했다. /조선비즈 DB

최근 GM은 미국에 생산 시설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GM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州)와 캔자스주,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하는 데 2년간 총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멕시코에서 생산해 왔던 일부 물량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GM은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을 맺어 관세를 내지 않는 멕시코와 한국 등에서 공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 시작된 후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로 부과되는 상호 관세에 대해서는 개별 협상으로 세율을 조정하고 있지만, 자동차는 품목별 관세에 속해 변화가 없다. 미국이 수입차에 계속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GM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GM은 미국 내 유휴 생산 시설이 많아 생산 물량을 이전하기가 수월하다”며 “올해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경우 지난 2018년처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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