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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선정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실제 한국 사회 소득 ‘중간값’과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기준중위소득’ 간 격차가 한번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중위소득에서 멀어지면 복지제도 문턱은 올라가고, 지원효과도 감소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부터 2025년 ‘익산 모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기본 사회’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나간 화살 ‘기준중위소득’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기준중위소득은 시간이 갈수록 한국 사회 실제 소득값과 멀어지고 있다. 2015년 복지부가 고시한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은 156만원, 그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1인 가구 중위소득은 205만원이다. 비율로 환산하면 복지부 기준중위소득은 실질 중위소득의 약 76% 수준이었는데, 이 비율은 2023년 66%까지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1~4인 가구 모두 예외없이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해당 비율은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이 매해 낮아지기만 했다. 이 같은 추세는 기준중위소득과 가금복 중위소득 산출 방식의 기술적 차이를 보정해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급여의 기준 등에 활용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중생보위)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위값으로 2015년 도입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정부가 인위적으로 설정한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 이후 이뤄진 조치다. 예를 들어, 올해 생계급여 수급자는 소득이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여야 한다는 식이다. 현재 70여개 사회복지 제도가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해 수급자를 선정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은는 가금복 중위소득에 최근 기본증가율과 추가증가율 등을 넣어 산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가금복에 ‘정책적 판단’을 더하며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소득 중간값’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중위소득’ 현실화하면 빈곤율 감소

기준중위소득이 실질중위소득 보다 낮게 설정되면 복지제도의 문턱은 그만큼 올라간다. 2023년, 실제 중위소득을 3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198만원(66%)이 된다. 이때 한 사회의 평균적 생활수준 보다 낮은 소득을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선’은 실질 중위소득의 50%인 150만원인 반면, 생계급여를 받기 위한 기준 소득은 약 기준중위소득의 32%인 63만원이 된다. 사회적으로 빈곤선 아래에 있지만, 생계급여는 받을 수 없는 ‘제도적 빈곤층’이 커지는 것이다.

보장 수준도 약화된다. 생계급여는 소득이 최저 보장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족분만큼 채워주는 ‘보충급여’ 방식이다. 기준중위소득이 낮아지면 보장받을 수 있는 최대 액수도 자동 감소한다. 이는 생계급여 대상임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례와 무관치 않다.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중위소득과 가금복 중위소득 수준의 격차만 해소해도 생계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률은 각각 0.67%포인트, 0.71%포인트, 0.18%포인트 증가하고 빈곤율은 각각 0.41%포인트, 0.15%포인트, 0.0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기준중위소득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간 격차를 해소했을 경우 개선되는 효과/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제공


그러나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매해 8월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하기 앞서 열리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다. 중생보위는 급격한 경기변동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기준중위소득 증가율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 중생보위를 거치면서 기준중위소득 증가율이 삭감되는 경우가 흔하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중생보위의 재량적 판단이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팀장은 “무슨 근거로 기준중위소득 증가율을 삭감했는지 따지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록 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늘 비공개 결정이 난다”며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회의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기초생활제도 관련 공약/이재명 대통령 SNS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본 사회를 내세우며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자격 기준과 보장 수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위원은 “새 정부가 기준중위소득과 가금복 중위소득 간 격차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편입해 매년 꾸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기준중위소득의 증가율을 실제 중위소득이 증가하는 것만큼 충분히 인상하면 상대빈곤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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