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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대·한양대·숙대... 검증 지연 반복
"조사 위원 확보 난항·외압 영향 미쳐"
검증 인력 양성, 정부 개입 필요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전(前) 대한성형외과학회 임원이자 전 세계미용성형학회 한국 대표를 지낸 A교수의 논문 10편 중 8편이 연구부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착수 후 결론이 나기까지 걸린 기간은 3년. 규정에 의한 검증 기한 6개월을 한참 넘겼다. 이처럼 검증이 지연될 경우 잘못된 정보가 후속 연구에 인용되거나, 부당하게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가톨릭대(대가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는 A교수의 논문 8편에 대해 지난 5일 연구부정 결론을 내렸다. 박사 학위 논문 1편은 표절, 나머지 7편은 '선물저자' '유령저자'라 불리는 '부당한 저자표시' 유형이었다. 연구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않아 자격이 없는데 저자에 포함시켜 주는 행위다. A교수는 2020년 대가대 성형외과에서 퇴직해 지금은 대구의 한 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대가대는 2021년과 2022년 네 차례에 걸쳐 A교수의 연구부정 의혹 제보를 접수하고도 2024년 5월 검증 결과를 발표했고,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이달에야 확정했다. 예비조사는 신고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착수, 예비조사 이후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마쳐야 한다는 연진위 규정을 어긴 것이다. 대가대 관계자는 "이의신청으로 검토기간이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 논문 검증 2년 넘어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 20일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뉴욕=뉴시스


한양대 연진위 역시 의과대학 B교수의 연구부정 제보를 받고 2016년 8월 조사에 들어갔으나 본조사 기한(6개월)을 넘겨 약 1년 뒤인 2017년 7월 '위조'에 해당하는 부정행위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논문에는 특정 수술법을 26차례 사용했다고 언급했으나 실제론 6차례에 그쳤다.

논란이 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숙대 석사 논문 검증 결과 역시 본조사 착수 이후 2년이 지나서야 표절 결론이 났다. 본조사는 조사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숙대 연진위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숙대 측은 "사회적 관심이 높아 모든 규정과 절차를 검토하다 보니 길어졌다"며 "중간에 총장이 바뀌며 조사 위원들이 교체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숙대는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받은 경우 대학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칙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은 오는 16일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검증 지연 '후속 연구 악영향' '부당 수혜'

2023년 연구인력 담당인력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 모든 조사를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는 규정이 유명무실한 건 '기간 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위원회에 사유를 설명하고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 탓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조사 위원 확보가 어렵고, 교내 권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교육부 훈령에 따라 조사 위원 중 30%를 외부인, 50%를 해당 연구 분야 전문가로 구성해야 하는데 전문 분야일수록 학계 내 친분 관계가 형성돼 동료 연구자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위원직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 역시 B교수 논문 심사 과정에서 전문위원 위촉에 난항을 겪느라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대학에서 특정 결과를 유도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양성렬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사립대학법인진단평가단장은 "6개월은 연구부정 검증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그 이상 지체될 경우 외부 개입 혹은 교내 권력 구조로 인한 압박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윤리 행정부서는 민원이 많은 기피 부서라 실무진인 대학 교직원의 인력 및 숙련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학별 연구윤리 담당 인력은 평균 1.54명에 불과하다

검증 지연은 ①후속 연구자들이 잘못된 논문을 참고하는 악영향으로 이어진다. 의학 논문의 경우 잘못된 수술법, 치료법이 인용돼 환자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②기존 실적을 바탕으로 연구비를 지원받는 경우가 많아 부당한 수혜를 입는 상황도 생긴다. A교수도 박사 논문 발표 이후 약 17차례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③연구자에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방법도 사라진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이사장은 "사립대 징계 시효는 통상 3년"이라며 "연구부정 결과가 나와도 불이익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엄 이사장은 "규모가 작은 대학이나 특수 분야에서도 빠른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며 "전담 인력이 한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석 사교련 자문위원장은 "대학 차원에서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부가 직접 나서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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