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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지키려, 소녀도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 근처를 행진하는 가운데 한 소녀가 차량 루프로 몸을 내밀어 엘살바도르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구 35%가 미국 밖 출생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

정부 단속, 미 가치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10~11일(현지시간) 만난 시민들이 공통으로 건넨 말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이민자들은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LA가 강경 이민 정책 반대 시위의 진원이 된 까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 코리아타운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민족 공동체가 존재하는 LA에서 이민은 곧 지역의 정체성이다. LA 전체 인구 약 1000만명 가운데 35%가 미국 밖에서 출생한 이민자다. 합법적 체류 신분이 없는 미등록(서류 미비) 이민자는 약 90만명으로, 대부분 세금을 내며 그중 60~70%는 미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족 내 구성원들의 체류 자격이 다른 ‘혼합 지위’ 가정도 흔해서 LA 전체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는 비공식 조사도 있다. LA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적으로 벌이는 ‘불법 이민자 소탕 작전’은 가정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멕시코 출신 부모를 둔 미국 시민권자 가니(38)는 요즘 들어 아내와 연락이 잠깐만 끊겨도 불안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의 아내는 ‘미등록 청소년 추방 유예 제도’에 따라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고 있어 체류 신분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민세관단속국(ICE) 차량을 보기만 해도 움츠러든다고 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기사로 일하는 가니는 2028년 LA 올림픽 수영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을 지인의 부탁으로 차에 태워 ICE 단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도 했다. 가니는 “이민자 상당수가 기반시설을 짓는 일을 한다. 그들 없이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이민자 노동은 LA 지역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림픽 개최 준비로 노동 수요가 급증한 건설 부문도 저임금·고위험 육체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단기·계절성 이민자들 없이는 충당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된 지난 6일 ICE의 홈디포 매장 급습은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그곳에 모인 히스패닉계를 대거 잡아들여 논란이 됐다. 실제로 시위 참여자 중에는 이민자들의 일상적 공간을 가리지 않고 단속하는 ICE의 행태에 충격을 받아 참여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회사원 히메나(37)도 “정부는 범죄 기록이 있는 이들에게 체포 영장을 집행한다고 했지만 그냥 피부색만 보고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사라히는 “ICE가 지역사회를 한 번 휩쓸고 가면 모두 겁이 나서 외출도 못한다”며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싸우기 위해 거리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범죄자’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은 미등록 이민자들과 섞여 살아가는 LA 시민들은 연방정부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니는 초등학생 아들이 지난 2월 학교에서 ‘ICE 단속 요원이 집을 찾아왔을 때 대응하는 법’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면서 “열 살은 이런 일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민자가 건설한 미국에서 너무나 비미국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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