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알래스카서 발생한 KF-16 사고 경위 공개
조종사 4명 모두 진입 오류 인지 못해
미군 측 관제탑 지시 적절성도 의문
레드플래그 훈련 참가를 위해 공군 충주기지에서 출발한 KF-16이 4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아일슨 기지에 착륙해 지상 활주하고 있다. 공군 제공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국적 연합훈련 중 발생한 우리 공군 KF-16 전투기의 사고 원인은, 이번에도 조종사의 과실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포천 민가 오폭, 4월 기관총·연료탱크 낙하 사고 당시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조사됐었다. 공군은 "연이은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통렬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로 유사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12일 공군에 따르면, 지난 11일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 중인 KF-16 전투기 3대는 미 아일슨 공군 기지에서 활주로(Runway)가 아닌 유도로(Taxiway·주기장에 있는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도로)로 잘못 진입했다. 공군은 "1번기가 착오를 일으켜 잘못 진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2, 3번기도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사고가 난 것은 2번기다. 1번기(단좌)는 유도로를 이용해 이륙에 성공했고, 2번기(복좌)도 뒤따라 이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군 관제탑이 제동을 걸었다. 1번기가 정상적인 활주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번기에 이륙 취소를 지시한 것. 하지만 속도가 붙은 전투기를 세우기에 유도로는 너무 짧았다. KF-16은 성능상 2,000피트(약 609m) 길이의 활주로가 있으면 이륙이 가능하며, 아일슨 기지의 유도로는 3,000피트였다. 공군 관계자는 "2번기 조종사들은 전투기를 멈추려했으나 정지 거리가 부족한 탓에 유도로를 지나 풀밭까지 진입했고, 기체에 불이 붙자 비상탈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연료 탱크 파손 또는 엔진에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화재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3번기는 이륙을 시도하지 않았다.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점은 3가지다. 먼저 1번기 조종사가 왜 활주로와 유도로를 착각했는지다. 공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을 위해 6개월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며 "아일슨 기지를 완벽하게 구현한 시뮬레이션 훈련도 했고, 현지에서도 기지 입출항 등 구체적인 절차를 2회 실시했다"고 밝혔다. 즉 훈련은 충분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내는 활주로와 유도로의 폭이 달라 쉽게 구분되지만, 아일슨 기지는 폭이 같아 착오를 유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착오를 일으킨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11일 미국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 기지에서 '레드플래그' 연합 훈련에 참가했다 파손된 한국 KF-16 전투기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미 군사전문 민간SNS 캡쳐


두 번째는 미국 관제탑의 과실 여부다. △1번기부터 잘못된 경로로 진입했음에도 왜 사전에 바로잡지 못했는지 △1번기가 이륙에 성공했음에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2번기에 '이륙 취소'를 지시한 배경이 뭔지 △2번기의 이동 거리와 속도를 감안했을 때 적절한 시점에 이륙 취소를 지시했는지 등이다. 다만 관제탑 과실 여부는 미군이 조사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관여할 순 없다.

세 번째는 4명(2번기만 조종사가 2명)의 조종사가 하나같이 유도로를 활주로라고 착각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군 관계자는 "2, 3번기는 1번기를 맹목적으로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며 "답답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실수는 지난 3월 포천 민가 실폭탄 오폭 사고 때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2번기 조종사는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1번기가 폭탄을 투하하자 무작정 따라서 폭탄을 떨어뜨렸다.

이에 대해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해외에서 실시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만큼 수도 없이 사전 훈련을 진행했을 텐데 조종사 4명 모두 잘못을 발견하지 못한 건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리더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누구든 자연스럽게 제동을 걸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군은 "사고 원인이 기계적 결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번 훈련에 계속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고 편조 4명의 조종사는 배제된다. 또 동일 기종의 비행도 13일부로 재개된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668 李정부 첫 與원내대표에 친명 3선 김병기…"1년내 내란세력 척결"(종합) 랭크뉴스 2025.06.13
51667 국제유가 14% 급등...JP모건 "호르무즈 봉쇄 시 130달러까지 상승할 것" 랭크뉴스 2025.06.13
51666 이란, 드론 출격해 공격 개시…이스라엘 “이란 드론 100여대 요격할 것” 랭크뉴스 2025.06.13
51665 이재명 정부 첫 집권여당 원내대표에 친명 3선 김병기 랭크뉴스 2025.06.13
51664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친명 3선 김병기…“상법 신속히 처리” 랭크뉴스 2025.06.13
51663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사장 흙더미 무너져 60대 작업자 사망(종합) 랭크뉴스 2025.06.13
51662 김병기 "李정부 성공 뒷받침에 분골쇄신…상법개정 신속 처리" 랭크뉴스 2025.06.13
51661 '이란 공습' 미리 알았던 트럼프... '미국의 방관' 도마에 랭크뉴스 2025.06.13
51660 '새벽시간·핵협상 이틀전'…허찌른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타격(종합) 랭크뉴스 2025.06.13
51659 이 대통령, ‘3대 특검’ 심야 임명에 숨은 수사 코드는? 랭크뉴스 2025.06.13
51658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사현장서 2명 매몰…1명 사망 랭크뉴스 2025.06.13
51657 이란 "가혹한 응징" 시작됐다…이스라엘에 드론 100대 공격 랭크뉴스 2025.06.13
51656 [마켓뷰]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끝난 韓 증시 ‘허니문 랠리’ 랭크뉴스 2025.06.13
51655 [속보]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친명 3선 김병기…“이재명정부 성공 교두보 될 것” 랭크뉴스 2025.06.13
51654 "차 막혀 비행기 놓쳤는데, 신께 감사"…10분 차이로 참사 피한 여성 랭크뉴스 2025.06.13
51653 미, 냉장고·세탁기 등 철강 제품에 50% 관세···국내 가전업계 ‘발등에 불’ 랭크뉴스 2025.06.13
51652 세종 "외출 자제해달라"…나흘째 사라진 스토킹 살해범에 발칵 랭크뉴스 2025.06.13
51651 서울 은마아파트 공사장 작업자 1명 사망…1명 경상 랭크뉴스 2025.06.13
51650 이스라엘 공격에 이란 핵과학자 최소 6명 사망 랭크뉴스 2025.06.13
51649 [속보] ‘친명’ 김병기, 집권여당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랭크뉴스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