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이복현 전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8월 이복현 당시 금감원장의 업추비 상세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이 공개하는 업추비 정보 수준이 타 기관과 비교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다른 공공기관들은 △사용 일자 △사용 금액 △사용 장소(가맹점명) 등 세분화해 업추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는데, 금감원은 월별 건수·금액 등만 간략히 공개하고 있다. 공개 시점도 1년에 한차례뿐이라 금감원장이 현시점에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부정이 있어도 조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실조차 업추비는 분기별로 공개해 왔다.
소송 과정에서 금감원은 업추비 비공개 사유로 “(업무추진비) 집행장소를 공개하면, 언론 취재, 민원인의 집회·시위로 해당 업장에 영업방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보공개법은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원장의 업추비 내역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건별 내역의 경우 자료 건수가 매우 방대해 제출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업추비 세부 내역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금감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22년 6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이복현 당시 금감원장이 지출한 업추비 집행내역을 △사용일시 △집행처이름(상호명) △집행처주소 △집행금액 △집행인원 △결제방법 △집행비목으로 나눠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국회의 요구에도 업추비를 비공개한 금감원의 행태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앞선 정보공개소송에서 패소한 공공기관들이 관례적으로 항소해 사법비용을 낭비해 왔다. 당연한 결과인 만큼, 금감원이 항소 없이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5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