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아파트값 발표에서 과열 신호가 감지됐다. 40주 만에 서울 집값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강 벨트’는 급등기에 진입하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도 꿈틀대는 모양새다. 대책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정부 카드는 제한적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 부재, 공급 부족, 금리 인하와 유동성 증가,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는 공약, 대체 투자처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한국부동산원은 6월 둘째 주(9일 기준) 아파트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26% 올랐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8월 넷째 주(0.26%)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올랐고 최근 5주째 상승 폭을 확대했다. 서울 집값 영향으로 전국 집값은 12주 만에 상승 전환(0.00→0.03%)했다.


강남 3구는 이미 크게 뛰었다. 송파, 강남, 서초는 각각 전주 대비 0.71%, 0.51%, 0.45% 등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당시 수준이다. 마포(0.45%) 용산(0.43%) 강동(0.50%)은 최근 6~7년여 만에, 성동(0.43%) 동작(0.39%)은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여 매수 희망자들의 전화가 와도 ‘조금 기다려보자’는 말만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강 벨트가 과열되자 외곽지역도 꿈틀댄다. 성북(0.13%) 은평(0.09%) 노원(0.07%) 관악(0.07%) 강북(0.06%) 중랑(0.03%) 등은 짧게는 26주, 길게는 38주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 지난해 급등기 수준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외곽지역도 호가가 오르고 매물도 감소하는 분위기여서 경기, 인천까지 매수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정부로서도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안타깝지만 당분간 뾰족한 수가 없다”며 “공급대책은 단기간에 어렵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7월부터 적용되지만 아이러니하게 금리 인하 시점과 맞물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통령 당선 전부터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고 했는데 대출 규제로만 이미 번진 불길을 잡기 어렵다”며 “여당도 부동산 언급이 전무하기 때문에 시장은 불안하고 각자도생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규제가 이뤄질 경우 ‘진보정부 집값 트라우마’로 수요자의 공포심리를 더 자극할 우려도 있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정권 시작 열흘도 안 되고 국토부 장관도 부재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서울로 향하는 수요들을 외곽으로 돌릴 대책을 찾아야 한다. 지방균형 로드맵 등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일보

권중혁 기자(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