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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전 대법관이 지난해 8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진보 성향 법조인이자 참여정부 사법개혁을 이끌었던 김선수 전 대법관(64·사법연수원 17기)이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의 주도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에 대해 “하급심 강화라는 법원의 근본적 개혁방향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전 대법관은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재판소원’ 도입 움직임에 대해서도 “사실상 4심제”라며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12일 법률신문에 특별기고한 ‘법원 개혁 방안과 추진 체계·일정에 관한 관견’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여당 중심으로 추진 중인 사법개혁법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먼저 김 전 대법관은 민주당 등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여러 번 시도된 적 있고 최고법원 위상 추락, 정책적 판단 기능 약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빈번한 인사청문회와 임명 지연 등으로 혼란과 재판 공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어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비율은 법관이 사건에 들인 시간에 비례하는데 각 사건에 들이는 법관의 시간을 늘리려면 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급심, 특히 1심 판사를 증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하급심 강화가 더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김 전 대법관은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 여부를 결정하려면 규모뿐 아니라 (대법원 내) 소부 구성을 몇 명으로 할 건지, 소부를 전문재판부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대법원 역할 중에서 법령해석의 통일을 중시할 것인지, 권리구제를 보다 중시할 것인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대법원이 중요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심리하고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정책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게 심리할 사건을 선별하는 ‘상고심 실질 선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를 전제로 ‘현행유지’ 또는 ‘4명 증원으로 소부 1개를 늘리는 방안’, ‘12명을 증원해 소부 3개를 증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4명 소부 1개 증원시 소부를 전문부로 운영할 필요가 없고, 17명 전원합의체 운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에서 제안됐다가 철회하기도 했던 ‘비법조인 대법관 등용’에 대해선 “비법조인으로 확대해야만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해외 사례로 거론되는 일본은 헌재가 없어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헌법재판까지 맡기 때문에 비법조인 최고재판관 임명이 가능하고,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에선 연방헌법재판관도 법관 자격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적어도 1명은 판·검사 출신 아닌 법조인을 임명하는 방안과 법원조직법에 대법관 임명시 배경, 경험, 가치 등에서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는 원칙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 전 대법관은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선 “현행 헌법하에서 헌재법만 개정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분쟁을 3심으로 종결짓지 못하고 한 번 더 끌려 다녀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비용을 감당할 강자와 부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법관은 “개혁과제를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해 단계적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는 법원개혁특위 구성 후 6개월 안에 입법을 마무리하고 중장기과제는 6개월 동안 법률초안을 제출받고 6개월~1년간 입법을 끝내는 일정을 제안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법시험 27회에 수석 합격한 뒤 변호사가 됐고 1988년부터 대법관으로 임명된 2018년까지 약 30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멤버로, 회장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사법개혁비서관을 맡아 참여정부 사법개혁 실무를 이끌었다. 당시 로스쿨,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사법제도 개선 큰틀을 짠 사법개혁위원회에 이어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이 돼 2018년 8월~2024년 재직했다. 김 대법관은 1980년 이후 임명제청된 대법관 중 처음으로 판사나 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이다. 변호사 시절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신고 소송, 콜트·콜텍 노동자 정리해고 사건 등을 맡아 노동자의 권리 증진 및 구제 방향으로 판례를 바꾸고 법률을 개정하는데 앞장 서기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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