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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디플레 탈출? 핫해진 금융 인력
경제회복·저금리·엔저에 글로벌 자금↑
대형 M&A·주식투자↑ 전문가 수요 커
외국계 금융사 진출로 인재 부족 심화
입사 유도 위해 며칠간 전화·스트레스
워라밸 중시 젊은세대서 금융업 인기↓
[서울경제]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일본 명문대 졸업생 A가 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일본 사무실에 갔다가 2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A는 미국계 은행과 유럽계 은행 양쪽에서 모두 입사 제안을 받았는데요. 선택받지 못한 미국계 은행 임원들이 ‘마지막 회유’를 위해 A를 회사로 불러 장시간 설득에 나선 것입니다. 물론 놓칠 수 없는 인재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요즘 일본 금융 시장에서 비슷한 일이 꽤 많다고 하는데요.
어느 은행은 아예 사표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은행은 퇴직한 직원들을 위한 파티를 열어 ‘돌아올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하죠.


글로벌 대형 은행이 구직자에 ‘구애’를 하고, 회사가 직원에 ‘제발 나가지 말라’며 사정하는 이 상황. 앞 뒤가 바뀐 것 같지만, 이것은 현재 일본 금융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화랍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금융권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일본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라지만, 고액연봉의 금융권까지 이렇게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는 뭘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경기 회복 신호 日, 워런 버핏도 꽂혔다



사실 여러 요인이 겹쳤습니다. 우선 일본 경제가 수십 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30여년간 겪어온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나 물가가 오르며 경제 회복의 신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엔화 약세까지 맞물리면서 글로벌 자금의 시선이 일본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입니다. 그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본의 5대 종합상사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대형 인수합병(M&A)도 급증했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 거래 규모가 지난 12개월간 70% 이상 뛰었다고 하네요.
일본 정부도 가계의 8조 달러 현금과 예금을 주식으로 옮기도록 독려하고 있어 금융 자문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 철수한 사모펀드들이 일본으로 눈을 돌리면서 증권사의 트레이더 수요 역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활기가 도는 시장이니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겠죠.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일본 사업을 잇따라 키우고 있습니다. 시티그룹은 일본 내 투자은행 팀을 15% 확대하고 있고, JP모건은 자본 조달 및 금융팀을 충원중입니다. 칼라일그룹은 30억 달러 규모의 일본 바이아웃 펀드 운용을 위해 10명의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입니다.

자료: 일본 총무성·NHK

금융시장 활기에도 “사람이 없어” 실업률 2.5% 실화?



이에 반해 일본의 노동 시장은 너무 타이트합니다. 실업률이 2.5%로 G7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고령화로 인력은 줄어들고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니, 한 명의 지원자에게 여러 개의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업계 역시 마찬가지고요.

일감은 많은데 사람이 없으니 연봉은 뜁니다. 일본 채권 트레이더들의 2024년 연봉은 평균 15% 올랐고, 투자은행 직원들은 지난 3년간 매년 약 10%씩 연봉이 인상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최고 수준의 트레이더의 경우 100만~150만 달러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150만 달러라... 20억 5000만원이네요.



인재를 얻으려는 은행들의 노력도 눈물겹습니다. 23세 야마시타(가명) 씨는 대형 은행의 퀀트 트레이딩 세일즈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입사 때 최종 단계에서 복수의 은행들이 매일 1시간 이상 전화를 걸어 대고 식사에 수차례 초대하며 그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했다고 합니다. 나중엔 스트레스로 몸이 아플 지경이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우수한(?) 구직자들은 보통 5~6개의 일자리 제안 받는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 금융업 종사자 수 최저인 이유는?


월가 은행들이 두 시간씩 구애하고, 입사 제안에 파티까지 여는 이 상황. 취준생이 진짜 ‘갑’인 상황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 금융가의 이런 모습 뒤엔 더 큰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젊은 세대의 가치관인데요. 요즘 일본 명문대 졸업생들 사이에선 금융업이 인기가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긴 근무시간과 업무 일상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거죠. 일본의 20~34세 금융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38만 명으로 2002년 통계 시작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한 채용 전문가는 “일본 지원자들에게 급여는 이직 이유가 아니고, 일과 삶의 균형”이라며 “주말을 되찾고 더 많이 자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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