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브큐스노 이 토치카 매장/EPA연합뉴스

[서울경제]

러시아의 ‘짝퉁 맥도날드’로 알려진 햄버거 체인 대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복귀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기업 철수로 특수를 누린 러시아 기업들이 경쟁이 재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 보호주의 정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버거 체인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올레그 파로예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크렘린궁에서 열린 공개 회의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에게 “맥도날드가 환매권을 행사해 다시 러시아에 복귀하면 IT 시스템부터 주방 기기까지 모두 외국 것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지난 노력이 헛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미 정부에 환매 조항을 무력화할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며 기업들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는 맥도날드의 전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알렉산드르 고보르가 2022년 맥도날드가 러시아를 떠날 때 사업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1870억 루블(약 3조 2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쟁 직전인 2021년 750억 루블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서방 기업 철수 이후 이를 넘겨받아 사업을 이어온 러시아 기업들은 자국 내 경쟁자 없이 급성장했다. 러시아 전체 소비재 부문 매출은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6% 성장했다. 켈로그와 하인즈 사업을 인수한 러시아 식품업체 체르노골로프카는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로비 결과, 러시아 의회는 최근 전쟁 이후 체결된 환매 계약에서 미리 합의한 가격이 현재 자산 가치보다 낮을 경우 이를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서방 제재에 대응해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경제 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했다. 군 임금 인상과 전시 경제에 따른 급여 인상을 통해 국내 수요와 민간 소비를 자극한 것이다. 서방 기업의 빈틈을 채운 사업가들에겐 이 변화가 이익 증대의 기회가 됐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는 제재 대응과 수입 대체를 위해 기업들에 대규모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러시아의 보호무역주의는 소비재 부문을 넘어 다른 분야까지 확산할 전망이다. 지난달 300개 이상의 러시아 IT 기업이 ‘서방 그룹 복귀 시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달라’는 공동 서한을 정부에 보냈다. FT는 푸틴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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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email protected])